홍영숙(가운데)씨가 나순옥 강사의 도움을 받으며 대구 달서구 두류수영장 다이빙풀에서 유영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구 달서구 두류수영장. 소아마비 장애인 홍영숙씨가 나순옥, 도현욱 강사의 도움을 받아 호흡기를 입에 물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철썩, 영숙씨 몸이 물 위에 꽂히며 당황한 모습을 보이자, 나순옥 강사가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 강사의 따뜻한 손과 자신을 감싼 물의 포근함으로 이내 영숙씨는 안정을 되찾았다. 두 사람은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주고받으며 서서히 물밑으로 내려갔다. 두 사람의 하강 궤적을 따라 공기 방울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홍영숙(오른쪽)씨가 입수 전 나순옥(가운데), 도현욱(왼쪽) 강사에게 교육을 받고 있다. 박종식 기자
홍영숙(왼쪽)씨가 나강사의 지시에 따라 하강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쓰으읍 후우우우우, 쓰으읍 후우우우우.” 물속 5m, 영숙씨에게 들리는 것은 자신의 숨소리뿐이다. 오른손을 뻗어 물을 가로지르고 왼손으론 물을 움켜쥐는 동작을 반복하며 25m×25m 크기의 다이빙풀을 가로질렀다. 물속 ‘버디’ 나순옥, 도현욱 강사가 영숙씨의 위와 옆에서 함께했다.
휠체어 테니스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기도 한 영숙씨. 지난 4월 대구장애인체육회 건물에 걸린 장애인스킨스쿠버 모집 펼침막을 보고 다이빙에 도전하게 됐다. “제가 도전의식이 강해요. 수중세계가 궁금하기도 했고요.” 6월 다른 장애인들과 제주 바다에서 처음 맛본 스쿠버다이빙은 휠체어에 갇혀 있던 그에게 자유로움을 선사했다. 대구장애인체육회 주최로 열린 ‘제1회 대구 장애인스킨스쿠버캠프’는 하반신 장애인이기도 한 도현욱 강사가 총괄을 맡아, 6명의 장애인이 함께했다. 영숙씨는 “도 강사님이 중심에 있으니까 장애인들이 믿고 따라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영숙(왼쪽)씨가 수심 5m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홍영숙(가운데)씨가 다이빙풀을 가로지르고 있다. 박종식 기자
다이빙을 마친 영숙씨가 탈의실로 향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스쿠버다이빙을 마친 영숙씨가 입에서 호흡기를 떼어내며 거친 숨을 몰아쉰다. 숨은 가쁘지만 몸은 한결 가벼운 느낌이다. “육지에서는 몸이 굳어지는데 물속에서는 마치 발레리나가 된 것 같았어요.” 다이빙 장비를 해체한 뒤 발이 되어주는 휠체어에 몸을 맡긴다. 남성 참가자들보다 물속 적응이 늦었던 영숙씨는 스스로를 ‘특수반’으로 밝힌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장애인의 생활체육 참여율은 20.2%다. 꾸준히 늘었던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율은 코로나19 영향으로 4%가량 감소했다. 설문조사 참가자들은 장애인의 생활체육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남성 장애인들에 비해 여성들의 참여는 적다”며 홍영숙씨는 장애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활발한 활동도 잊지 않고 말했다.
홍영숙씨와 도현욱 강사가 다이빙풀에서 활짝 웃고 있다. 박종식 기자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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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15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