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특위 최운열 위원장(가운데)과 김병욱(왼쪽), 유동수 의원이 2019년 5월 2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금형 퇴직연금 등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속 가능하면서도 적절한 노후소득보장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65살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화 사회를 앞둔 우리 사회의 핵심 화두 중 하나다. 우리보다 일찍이 고령화를 경험한 선진국에서는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이 제 역할을 또렷이 하도록 하는 한편, 사적연금을 통해 이를 보완하도록 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른바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다.
대표적인 사적연금 제도가 바로 퇴직연금이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1년 이상 근속하는 노동자에게 퇴직금 혹은 퇴직연금을 지급하도록 명시돼 있다. 퇴직연금은 회사가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금을 은행이나 증권·보험회사 등 사외에 맡기고 퇴직 때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로 기존 퇴직금 제도 보완을 위해 지난 2005년 도입됐다. 현재 퇴직연금 도입은 노사합의에 따라 선택하도록 돼 있는데,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회사가 아닌 가입자 스스로 부담해 소득을 적립한 뒤 노후에 연금화할 수 있는 개인형 퇴직연금도 있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의 사각지대가 넓고 소득대체율이 낮아 한계가 많은 탓에, 이를 보완하는 사적연금으로서 퇴직연금의 역할이 점차 중시되고 있다. 2020년 기준 퇴직연금(기업형+개인형) 가입자는 총 900여만명이다. 퇴직연금 적립금액은 255조원, 연간 보험료만도 35조원에 이른다.
소득 상·하위 20% ‘퇴직연금 가입률 격차’ 15배
윤석열 정부가 노동시장개혁, 교육개혁과 함께 이른바 3대 사회개혁의 하나로 연금 개혁을 내건 가운데,
국민연금에 이어 퇴직연금에서도 소득수준에 따른 연금 격차가 매우 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연금을 받기 위한 기본 요건인 연금가입 비율에서는 저소득층인 하위 20%와 고소득층인 상위 20% 집단 간의 차이가 무려 15배에 이르렀다. 공사연금 모두에서 나타나는 연금 격차는 윤석열 정부의 연금 개혁 논의 과정에서 함께 살펴봐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
27일 구인회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팀이 국민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퇴직연금(기업형+개인형) 가입자를 분석한 결과를 보니, 2019년 10월 말 기준 퇴직연금의 전체 가입률은 17.51%로 나타났다. 같은 집단 내에서 나타나는 국민연금 가입률이 71.7%에 이르는 데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퇴직연금 가입률은 이들 6개 은행에서 운용하는 퇴직연금 가입 사업장의 18~59살 근로 연령층 가운데 퇴직연금 계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비율을 가리킨다.
특히 해당 집단의 퇴직연금 가입자를 소득수준에 따라 분석한 결과, 저소득층인 하위 20% 집단의 퇴직연금 가입률은 2.05%에 불과했다. 반면 고소득층인 상위 20% 집단의 가입률은 29.26%였다. 두 집단의 가입률 차이가 무려 15배에 이르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퇴직연금에 가입해 적정 연금을 받지만, 반대로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가입이 저조하다는 뜻이다.
저소득층은 퇴직 시에 받을 금액도 적다 보니 대체로 연금보다는 일시금을 선택하는 데, 그 액수도 상대적으로 아주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 퇴직연금 수급자의 계좌당 수령액을 살펴보니, 연금을 수령하는 이들은 평균 1억9천만원에 이르렀지만, 일시금 수령을 선택한 이들은 평균 1600만원에 그쳤다. 전체 가입자의 연금 수급률은 3.3%로 나타났다.
연령별 퇴직연금 가입률을 살펴본 결과에서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가입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30~34살 청장년층은 24%로 가장 높은 가입률을 보였는데, 56~59살에는 이 비율이 15.63%로 떨어졌다. 지역별로는 수도권과 중소도시에서 각기 17%대의 가입률을 보여 차이가 거의 없었지만, 농어촌에서는 이 비율이 12%대로 뚝 떨어졌다. 이번 분석 결과는 구 교수팀이 최근 보건복지부에 최종 제출한 ‘행정데이터를 활용한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 심층 분석’ 보고서에 담겼다.
구 교수는 “6개 시중은행에 제한된 통계여서 주의 깊게 봐야 하지만, 명확한 것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낮으므로 적정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향후 퇴직연금의 기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재진 연세대 교수(행정학)는 “국민연금공단의 참여를 전제로 퇴직금을 일시금이 아닌 연금 지급을 원칙으로 해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하는 퇴직연금 준 공적 연금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을 위해 퇴직연금의 역할 강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공·사연금 모두가 안고 있는 ‘연금 격차’ 해소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창곤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g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