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자양 우성아파트의 옥상에는 당근, 오이, 고추, 상추, 깻잎, 블루베리, 오디 등 각종 채소와 과일이 자라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상추, 깻잎, 겨자잎 등 각종 쌈 채소와 블루베리, 오디 등을 따 주민들과 함께 나눠 먹어요. 흙을 뚫고 새싹이 뾰족뾰족 솟아오르는 걸 보면 너무나 경이롭죠.”(박찬조(73) 자양 우성2차아파트 ‘즐거운 마당회’ 회장)
자양 우성아파트 주민들이 옥상텃밭을 가꾸고 있다. 박종식 기자
서울시 광진구 자양 우성아파트 옥상에는 가로 1m, 세로 3m 식물 재배용 플라스틱 상자 80개가 보기 좋게 자리 잡고 있다. 빼곡히 채워진 플라스틱 상자 속에서 당근, 오이, 고추, 들깨, 결명자, 생강, 방울토마토, 당귀가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2015년 서울시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7년째 옥상 텃밭을 가꾸어 오고 있다. 지금은 아파트 주민 15명이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며 잿빛 아파트에 푸르름을 더해주고, 가꾼 농작물은 함께 나눠 먹고 있다. 공모사업 선정 당시 아파트 대표였던 송정근(76)씨는 “텃밭을 함께 가꾸며 이야기를 나누자 삭막한 아파트에서 겪지 못한 이웃과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서울 혜화경찰서 옥상텃밭에서 경찰관이 식물을 살펴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도봉도서관은 도서관 이용자와 지역주민들에게 매년 청렴옥상텃밭을 분양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도봉도서관은 청렴실천의지를 다지기 위해 ‘친환경 청렴 텃밭’을 관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농업이 주는 치유 기능이 주목받으면서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0년 15만3000명이었던 도시농부는 2020년 184만8000명으로 약 12배 늘었고, 텃밭 면적도 104㏊에서 1060㏊로 10배가량 증가했다. 도시농업이 주는 사회적 순기능도 또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도시농업 참여자들은 정서적 친밀감과 공동체 의식이 참여 전보다 높아졌고, 스트레스 지수도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농촌진흥청이 2020년 도시농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이전보다 각각 56.5%, 20.9% 감소했다.
자양 우성아파트 옥상텃밭에서 수확한 오디. 박종식 기자
도봉도서관 옥상텃밭에서 수확한 쌈채소. 박종식 기자
경제적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건물 옥상을 농원화하면 냉난방비를 16.6% 절감할 수 있고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재활용할 수 있는 이점도 덤으로 생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도시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활성화 방안 연구’에선 옥상 100㎡를 녹화하면 매해 2㎏의 오염물질을 줄이고 온실가스를 22.75㎏ 저감할 수 있어 성인 2명이 호흡하는 데 필요한 산소를 만들어내는 효과가 있다.
도시농부 180만 시대, 더는 ‘도시농업’이라는 말은 낯설지 않다. 도시지역의 자투리 공간인 건물 옥상, 베란다, 골목길 등을 이용해 식물을 키우고 나누는 도시농업은 도심 속 오아시스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22년 6월 17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