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철씨가 2016년 1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부와 군이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작했다며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9일 신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위원으로 있던 신씨는 2010년 8월 정부가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작했다는 내용의 글 34건을 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에 올렸다. ‘천안함 침몰 원인은 좌초인데 정부와 군이 북한 어뢰 공격이 원인인 것처럼 사고 원인을 조작한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신씨는 군과 합동조사단 쪽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신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신씨의 ‘좌초설’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봤다. 북한 어뢰에 의한 수중폭발로 충격파와 버블효과가 일어나 천안함이 절단돼 침몰됐다는 합동조사단 발표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어 글 34건 가운데 32건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 비방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원인 조작을 위해 정부가 의도적으로 실종자 수색을 늦췄다’, ‘국방부 장관이 증거를 은폐·조작했다’는 나머지 글 2건에 대해서만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2심은 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합동조사단의 발표 결과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전제한 뒤 신씨가 쓴 글의 주된 동기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방 목적이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고 피해자가 특정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도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한편, 천안함 유족회는 지난 4월 유족 50명에게 서명을 받아 신씨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신씨가 유튜브 등을 통해 ‘천안함 좌초설’을 계속해 유포한다는 이유에서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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