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학교는 <교육방송>(EBS)에서 만들어준 사이트를 쓰는데, 저희는 저희 학교만 쓸 수 있게 사이트를 새로 파 줬던 것으로 기억해요. 주변 학교들은 접속 문제로 수업도 못 듣는데 저희 학교는 신경을 써주니까 (특목고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 소재 외국어고등학교 졸업생 ㄱ씨)
“EBS 온라인 클래스에서 (강의를) 듣고 싶을 때, 일주일치를 한 번에 들을 수도 있고 알아서 듣는 방식이었어요. 초반에는 (아침) 8시부터 8시30분까지 카톡 방에다가 ‘출석했습니다’를 썼는데, 나중에 가니까 안 했어요.” (인천 소재 일반고등학교 졸업생 ㄴ씨)
코로나19로 인해 전면 시행된 원격수업이 일반고와 특수목적고등학교·자율형사립고 학생 사이의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5일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이주희 교수와 연구진이 지난 3월 학술지 <경제와 사회>에 발표한 ‘코로나19 시기 원격등교에서 나타난 고교 유형별 교육 불평등 실태와 함의’ 연구를 보면, 특목고·자사고·일반고 등 학교 유형에 따라 원격수업의 내용과 질에서 차이가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심각’ 단계였던 2020년 4월 원격수입을 도입할 때 특목·자사고(10명)에 재학했던 학생과 일반고 학생(13명), 학부모(5명)·특목고·일반고 교사(5명)를 6개월(2020년 12월∼2021년 6월)간 심층 면접 조사했다.
특목고·자사고는 원격수업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던 상황에서도 일반고와 달리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협력해 적극적인 대처를 했다. 연구진은 “일반고가 교육방송 강의나 외부자료만 제공하는 대신 특목·자사고는 실시간 강의와 가장 유사한 효과를 가져오는 줌(Zoom)을 활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고, 수업 특성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수업방식을 선택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외고 교사 ㄷ씨는 “화면공유 기능이 있는 아이패드를 활용하는 등 최적의 수업방식을 찾는 과정이 있었다. 수학은 풀이과정을 잘 봐야 해서 카메라 앵글, 불빛, 조명 등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고 했다.
반면 연구진은 일반고 학생들의 경우 원격등교를 ‘방학’과 같은 기간으로 인식하고, 교사의 역할도 크게 줄었다고 봤다. 일반고 교사 ㄹ씨는 “원격수업 도구나 방법을 익히기에도 벅찬 시간이었다. 원격수업 방법을 고민하기보다 출석 체크를 하도록 수업 자료를 만들어내는 게 힘들었다. 온라인 수업은 포기된 기간에 가까웠다”고 했다. 원격수업을 위한 기기도입 등 물리적 제약도 컸다. 일반고 교사 ㅁ씨는 “집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절반 이상이 작은 핸드폰으로 수업을 듣는다. 그 모든 학생들에게 물리적 지원을 해줄 수 없었다. (기기를) 대여받는 것 자체를 가정환경이 어렵다는 사인으로 받아들여서 꺼리는 경향도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일반고일수록 코로나19 상황에서 소수의 우수한 학생들에게 혜택을 몰아주는 경향도 심화됐다고 한다. 비교과 활동이 대폭 축소되면서 성적이 높은 학생들에게 상을 몰아주는 ‘선택과 집중’ 현상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일반고 학생 ㅂ군은 “대회를 개최하면 상을 영재반에 몰아주는 게 노골적으로 심하다”고 했고, 일반고 졸업생 ㅅ씨는 “선생님이 티 나게 공부 잘하는 애들만 상담해 주시는 경향이 컸다”며 “원서를 넣어야 하는데 학교에 안 가니까 선생님이 카카오톡으로 대충 공지만 띄우셔서 어려움이 많았다. 이메일 보내고 전화 몇 번 하는 식으로 마무리돼서 포기하고 안 낸 전형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목고·자사고는 원격수업 기간에도 수시 전형에 중요한 비교과 활동 지원에 학교 자원을 집중했다. 연구진은 “특목고·자사고는 코로나19 시기에도 전체 학생들이 참여하는 강연, 자율 동아리 활동, 멘토링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전환해 실시했다. 코로나로 축소된 행사도 많았지만 비교과 활동의 개수는 여전히 다양했다”고 했다. 외고생 ㅇ군은 “동아리는 온라인으로 만나서 과제를 주면 그걸 수행해서 제출했다. 학교에서 대회를 많이 열어줘 틈틈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외고 교사 ㄷ씨는 “동아리나 진로 활동도 줌으로 그룹을 나눠 진행했다. 상담이나 자소서 특강, 설명회도 줌을 활용해 내용적으로는 매년 해왔던 것들을 못하진 않았다”고 돌아봤다.
반면 일반고에서 입시를 준비했던 ㅈ씨는 “학교 활동 참여가 어려웠다. 1학년 때부터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생각했는데 (관련) 대회를 나가지 못했다. 보고서 제출이나 발표도 못 해 (학종) 내용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했다.
연구진 조사 결과를 보면, 심층 면접 조사에 응한 특목고 고3 학생 8명 중 7명이 서울의 상위∼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했다. 일반고에 다녔던 고3 학생 8명 중 서울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1명이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