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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하철에서 세월호 추모광고 볼 수 없는 까닭은

등록 2022-04-17 14:01수정 2022-04-17 15:37

당시 서울교통공사 광고심의의견 살펴보니
9명 중 7명은 “정치적 목적 광고” 판단
“진실추구는 사회적 비용 초래한다”는 단언도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3월10일 불승인한 세월호 참사 8주기 추모 광고. 사진 4.16해외연대 제공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3월10일 불승인한 세월호 참사 8주기 추모 광고. 사진 4.16해외연대 제공
세월호 8주기를 추모하는 지하철 광고 게재를 불허한 서울교통공사가 “더 이상의 진실 추구는 사회적 비용만 증가시킨다”거나 “지하철은 정치적으로 예민한 논란을 제기하는 장이 돼선 안 된다”는 등의 심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 광고 게재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2022년도 제3회 광고심의위원회 서면결의서’에 담긴 광고심의위원 9명의 심의의견을 보면, 이들은 4.16해외연대가 지난 2월 신청한 세월호 8주기 추모 광고에 모두 반대 의견을 내면서 세월호 참사 추모를 ‘정치적 활동’으로 보고 지하철 광고로는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서울교통공사는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광고심의위원회를 꾸려 ‘의견광고’에 대한 심의를 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데, 공사 쪽은 “개인정보 보호와 광고심의 업무의 공정한 수행”을 위해 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들의 심의 대상이 된 광고에는 노란색 셔츠를 입은 학생들이 웃고 있는 모습과 함께 ‘얘들아 잘 지내니?’라는 물음을 시작으로 ‘지금도 알고 싶습니다. 왜 구하지 않았는지. 진실을 밝히는 일 살아있는 우리의 몫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공사 광고심의위원들의 의견을 보면, 9명 중 7명은 추모 광고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이유로 광고 게재를 반대했다. ㄱ위원은 “(세월호 사건이) 사회적 이슈 메이킹, 정치적 활동을 위한 수단으로 오인될 여지가 없는지에 대해서도 짚어보아야 함. 4.16해외연대의 활동 과정에서 ‘세월호’ 문제가 정치적 이슈화가 되어 온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 특정 단체, 특정 정당과의 연계활동에만 치중되었는지 검토도 필요”라는 의견을 냈다.

서울교통공사 광고심의위원회 ㄱ위원이 세월호 8주기 추모광고 게재를 불허한 심의사유. 장혜영 의원실 제공
서울교통공사 광고심의위원회 ㄱ위원이 세월호 8주기 추모광고 게재를 불허한 심의사유. 장혜영 의원실 제공
ㄴ위원은 “(문구) 표현 대부분 심의 기준상 정치적 주의, 주장, 정책이 표출되어 있는 정치 광고로 분류된다”며 “정치적인 의견을 줄이고 고인에 대한 추모 내용으로 변경하면 게첨(게재)이 가능하다”고 했다. ㄷ위원도 “문구와 사고 발생 후 경과를 고려하면 단순한 추모가 아니라 특정 정치적 입장에 따라 비난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고, ㄹ위원은 “전 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사건이지만 그 해결과정과 관련해서는 교통공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방해될 수 있는 사항이 있다”고 했다. 다른 두 위원은 세월호 사건을 ‘사회적 논란·민원 발생 가능성이 있는 사안’ 및 ‘의견이 대립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로 보고 게재에 반대했다.

서울교통공사 광고심의위원회 ㅁ위원이 세월호 8주기 추모광고 게재를 불허한 심의사유. 장혜영 의원실 제공
서울교통공사 광고심의위원회 ㅁ위원이 세월호 8주기 추모광고 게재를 불허한 심의사유. 장혜영 의원실 제공
정치적 광고 등 공사의 광고심의 체크리스트와도 동떨어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토대로 반대 의견을 낸 경우도 있었다. ㅁ위원은 “세월호 사건은 이미 법원 및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하여 충분하게 사실관계가 소명된 바 더 이상의 진실 추구 행위는 사회적인 비용만 증가시키는 행위”라며 “특히 서울 시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서울 지하철 광고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6일 서울교통공사의 광고 불허 결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광고 게시를 권고했지만, 공사 쪽은 결국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4.16해외연대가 낸 진정에 대해 광고심의위원들의 의견과 달리 “해당 광고는 특정 정치인의 성명이나 외관, 특정 정당 등과 같은 정치적 주의, 주장, 정책을 직접적으로 표출하고 있지 않다”며 “정치적 중립성 훼손”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장혜영 의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라는 과제는 미해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공적 가치를 실현해야 할 공공기관이 ‘사회적 비용'을 운운하며 묵살하는 현실이야말로 진실규명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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