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속도를 시속 50km로 표시한 교통안전표지. 서울시 제공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안전속도 5030’ 정책 시행 1년 만에 이를 일부 완화한다고 밝힌 가운데, 정책 적용지역의 보행 교통사고 사망자 수 감소율이 미적용지역에 견줘 약 3.8배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자들이 불만을 나타낸 교통 소통 측면에서도 5030 정책이 미친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8일 <한겨레>가 경찰청 연구용역으로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작성한 ‘안전속도 5030 종합 효과분석 연구’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정책 시행 후 5개월 간 ‘안전속도 5030’ 적용지역의 보행 교통사고 사망자 수 감소율은 16.2%(2020년 253명→2021년 212명)였고 미적용지역의 사망자 수 감소율은 4.5%(2020년 177명→2021년 170명)였다. ‘안전속도 5030’은 보행자 교통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간선도로는 시속 50㎞, 이면도로는 시속 30㎞로 제한속도를 낮춘 정책으로 지난해 4월 전면 시행됐다.
연구진은 5030 정책이 시행된 뒤 1년간 같은 지역 안에서도 차로 수, 교통량, 중앙분리대 유무 등 도로 기하구조 조건이 유사하지만 제한속도만 다른 구간을 대상으로 제한속도 하향에 따른 교통사고 감소효과도 분석했다. 그 결과 제한속도를 시속 60㎞에서 50㎞로 낮춤으로써 서울에서는 17.3%, 부산에서는 16.4%의 교통사고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은 사대문 안에서 5030 정책이 시행된 2019년 4월부터 1년간, 부산은 전 지역에 정책이 도입된 2019년 11월부터 1년간 발생한 교통사고가 분석 대상이 됐다.
운전자들의 편견과 달리 정책 시행 이후 교통소통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 정책 시행 이전인 2020년 5~7월엔 분석구간의 평균 속도는 시속 33.8㎞였으나 1년 뒤 같은 기간(2021년 5~7월)엔 32.7㎞로 평균 시속이 1.1㎞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사업용 차량에 부착된 차량운행기록 저장기기(DTG) 자료를 활용해 분석 대상구간별 차량 평균속도를 수집해 정책 시행 전후를 분석했다. 교통량에 차이가 큰 주·야간을 나눠보더라도, 주간(새벽 6시~오후 6시) 시간대 평균속도는 2020년 31.6㎞에서 1년 뒤 30.5㎞로, 야간(오후 6시~새벽 6시) 평균속도는 2020년 36.0㎞에서 2021년 34.9㎞로 동일한 1.1㎞ 감소폭을 보였다.
아울러 연구진은 정책 시행 후 버스 통행시간이 대부분 1분 이하로 증가해 실제 대중교통 통행시간의 체감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택시 요금에도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서울·대전·부산의 중·단거리 통행 요금 변동 폭을 제도 시행 전후로 2개월간 조사한 결과, 변동 금액이 100원 이하로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중거리(3107~8170m)의 경우, 시행 이전 평균 8652.5원에서 시행 이후 8703.8원으로 올랐다.
5030 정책 도입 후 5개월간 운전자의 제한속도 준수율은 월평균 80~87% 수준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시간대에 따른 변동보다는 도로의 기하구조적 환경(버스전용차로 유무, 버스정류장 형태, 횡단보도 위치 및 개수, 과속단속장비 등)에 따라 준수율이 큰 차이를 보인다”며 “향후 모니터링을 통해 평균속도가 제한속도보다 높거나, 준수율이 낮은 구간 등에 대해서는 운전자가 도로구간 진입 시 자연스럽게 감속이 가능한 도로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수위와 경찰은 시설 개선 대책보다도 당장 ‘속도제한의 탄력적 운영’에 방점을 찍고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5일 인수위는 보행자의 접근이 어렵거나 보행자 밀도가 극히 낮은 지역, 녹지 등에 인접한 지역 가운데 과속 가능성이 낮은 구간 등에 대해 제한속도를 현행 50㎞에서 60㎞로 올리고, 간선도로 어린이보호구역의 경우 어린이가 다니지 않는 심야시간대에는 제한속도를 현행 30㎞에서 40~50㎞로 올린다는 취지로 발표한 바 있다. 경찰청 관계자도 “보행자 사망사고는 후진국형 사고인데, 한국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최대한 안전을 고려해 도시부 전체에 5030을 적용했다”며 “5030 기조에는 변함이 없으나 보행자 밀도가 적은 구역 중심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9년 기준 국내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는 1302명으로 인구 10만명 당 3.3명으로 집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0명에 견줘 3.3배 높은 수준이다.
허억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보행 밀도가 낮고 사고 위험이 적은 곳등 엄격한 규정 하에 일부 완화는 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안전속도5030’의 효과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로 자칫 스쿨존 같은 곳에서도 규정 속도를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나쁜 시그널을 줄 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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