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환 법무부 기조실장 등 법무부 직원들이 지난달 29일 인수위 업무보고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법무부가 자녀를 살해한 부모를 가중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면 가중처벌 받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가중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지난달 29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이런 방안을 보고했다. 형법을 개정해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살해’도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존속살해’처럼 가중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 계류 중인 형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것이 법무부 입장이다. 현행 형법은 ‘사람을 살해하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며, 특히 ‘존속살해’의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 경우인 ‘비속살해’는 가중처벌 대상이 아니다.
법무부는 다만 아동학대 범죄와 관련해 아동 상습학대범죄 조항을 신설하고 친권을 박탈하는 등의 대통령 당선자 공약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에 아동학대 상습범의 경우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하는 규정이 있고, 상습범에 대한 친권상실 선고 또는 후견인 변경은 검사가 청구하도록 규정돼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현행법 규정과 당선자가 신설하려는 조항의 차이점과 실효성을 검토하고, 친권상실 선고 청구 운영 상황을 파악해 대검찰청과 추가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또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가해자를 가정에서 완전히 분리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인수위에 보고했다. 현행 규정으로는 가해자가 경제적 어려움 또는 다른 주거지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가정에 복귀하는 경우가 생겨, 실질적인 가해자 분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경우, 오히려 피해 아동이 위탁보육시설에 맡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2월 ‘아동인권보호 특별추진단’을 설치해 아동학대 사건 발생 때 피해자 분리보다 가해자를 분리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이나 전담 공무원 등 아동학대 대응 인력에 대한 ‘면책’ 규정을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아동학대 신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 전담 공무원이 범죄를 예방·진압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징계나 민·형사 책임을 지우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법무부 관계자는 “면책 규정 마련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법체계나 공권력 남용 우려 등을 고려해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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