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27일 오후 광주 북구 영락공원 제2추모관에서 희생자 4명의 유해가 봉안되고 있다. 정대하 기자
“부디 좋은 곳에서 무거운 짐 내려놓으시길 바랍니다.”
27일 오전 광주 서구 한 장례식장에서 화정 아이파크아파트 붕괴사고 49일 만에 희생자 4명의 발인식이 열렸다. 또다른 희생자 두명은 경기도 용인으로 유해가 옮겨졌거나 강원도 강릉에서 따로 장례식을 치렀다.
이날 발인식에서 한 유족은 “비참한 모습으로 돌아온 당신을 보고 눈물마저 말라버렸습니다. 혹한에도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당신의 굵은 손마디와 흰 머리카락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훌륭한 아버지로, 남편으로 당신의 삶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고인들을 추모했다. 조사를 듣던 유족들이 오열했다.
27일 오후 광주 북구 영락공원 제2추모관에 나란히 봉안된 희생자 4명의 유해. 정대하 기자
희생자 6명은 모두 아파트 공사현장의 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하던 50~60대 일용직 노동자였다. 합기도 도장 관장이었던 유아무개(56)씨는 생전에 애지중지하던 중3(15) 딸을 남기고 떠났다. 합기도 8단의 무술인으로 수십년 도장을 운영했던 유씨는 6년 전께부터 신축 아파트 현장에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일을 했다. 사고 당일 아침 9시께 아내에게 전화해 “저녁에 오리탕이나 해먹자”고 말했던 게 가족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누나를 안씨에게 소개해 부부의 연을 맺게 해준 제자이나 처남 안정호(45)씨는 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로 활동했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야간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한겨레> 자료 사진
유씨와 함께 스프링클러 설치 작업을 한 김아무개(56)씨는 자녀 2명을 두고 세상을 떴다. 대학생 아들(24)은 “가족들은 아빠가 금호동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았다. 화정동 붕괴사고가 났다는 뉴스를 보고도 아빠라고 생각 못했다”고 했다.
설아무개(59살)씨도 아파트 섀시에 실리콘을 쏘는 ‘창호 사출’ 노동자로 20년 넘게 일하다가 허망하게 세상을 떴다. 책 읽기를 좋아했던 오아무개(59)씨는 홀로 살다가 작업 도중 붕괴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이날 발인식에 참석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공기를 맞추려고 무리한 공사를 하는 관행을 깨려면 아파트 선분양이 적절한지 검토해야 한다. 원청 책임 강화하지 않으면 또다시 비극적인 사고가 재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희생자들의 주검은 이날 광주 북구 영락공원 화장장으로 옮겨졌다. 이날 낮 12시45분께 영락공원 제2추모관 401호실에 희생자 4명의 유해가 나란히 봉안됐다. 유골함을 넣은 뒤 문이 닫히자 유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안 대표는 “한 할머니가 사고 현장에 찾아와 고생한다고 건네준 만원짜리 지폐 2장을 지금도 지니고 다닌다. 그간 걱정해 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린”고 말했다. 한 유족(24·대학생)은 “7개월 전 광주 학동 사고 때 큰 관심을 갖지 못했던 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고의 진상이 밝혀지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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