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 매곡동 탐매마을에 봄의 전령사 홍매화가 활짝 폈다. 매곡동 탐매마을은 조선 중기 학자인 배숙이 홍매를 심고 초당을 지어 이름을 ‘매곡당’이라 부른 데서 유래했으며 봄철 홍매화 관광지로 유명하다. 순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
-‘매화 앞에서’ 이해인
전남 순천시 순천만 국가정원에 동백꽃이 폈다. 순천/박종식 기자
능수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렸다. 순천/박종식 기자
봄을 기다리는 목련 꽃봉오리. 순천/박종식 기자
동백꽃을 시작으로 매화, 복수초가 꽃봉오리를 터트렸다. 막바지 추위가 절정이던 23일 전남 순천 매화마을과 순천만 국가정원에는 겨울 된바람을 버틴 꽃들이 봄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도 봄꽃을 직접 보기는 쉽지 않을 모양이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전남 광양 ‘매화 축제’, 구례 ‘산수유꽃 축제’, 경남 창원 ‘진해 군항제’가 일찌감치 취소됐다. 전국의 대표적 봄꽃 축제가 3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 축제는 취소됐지만, 상춘객 방문에 대비해 각 지자체는 방역상황실과 방역초소를 운영하고, 꽃나무길 주변과 다중이용시설에는 전문 방역요원을 배치해 소독할 예정이다. 실제 지난해 축제가 취소됐음에도 ‘진해 군항제’에는 10만여명이 찾았다. 김화영 창원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하루라도 빨리 소중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올해도 진해 방문을 자제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홍매화가 그려진 탐매마을 희망센터 앞에서 마스크를 쓴 마을 주민이 봄볕을 쬐고 있다. 순천/박종식 기자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다. 우리네 봄날도 머지않았다. 꽃샘추위가 곧 꽃 필 시기임을 알리듯, 코로나19 확진자가 절정인 지금이 코로나 종식으로 가는 마지막 고비일 것이다. 겨울의 마지막, 봄의 초입에 독자들에게 지면으로나마 봄꽃을 소개한다.
순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22년 2월25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