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201동 26층에서 잔해물 제거와 탐색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소방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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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 여섯번째이자 마지막 실종자가 주검이 되어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붕괴 사고 발생 28일 만이다. 외벽이 무너진 채 속살을 드러낸 201동 건물은 무심하게 서서 “이제 어떻게 할 건데?”라고 묻는 듯하다.
일단 실종자 수습이 끝나면서 201동을 비롯해 1·2단지 전체 8개동을 어떻게 할지가 주요 관심사다. 입주 예정자들은 8개동 전체를 철거하고 다시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동 외 다른 7개동도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현산)이 같은 자재와 공법을 사용해 지었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201동 붕괴 사고가 나기 한달 전께 203동에서도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바닥이 아래로 처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건물 철거 여부와 규모는 안전진단 결과에 달려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철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산도 8개동 전체의 정밀 구조안전진단 결과 등을 반영해 입주 예정자 및 관계기관과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서구청은 붕괴 원인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입주 예정자들과 협의해 외부 전문기관에 정밀안전진단을 의뢰할 방침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조사 결과는 다음달에나 나올 것으로 보여, 건물 철거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건, 11월 입주를 기다리던 입주 예정자들은 곤혹스럽게 됐다.
실종자 수습 등 사고 처리 와중에 현산이 경기 안양시에서 재건축 시공권을 따낸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화정동 참사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는 “사람보다 돈이 먼저인 현산의 파렴치한 행동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강력한 처벌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광주 서구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수사본부(광주경찰청)는 현산 관계자 6명, 하청업체 관계자 4명, 감리 3명 등 총 13명을 입건한 상태다. 경찰은 하부층 동바리(임시 지지대) 미설치, 공법 변경에 따른 ‘역보’ 무단 설치 등을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다. 현산 관계자 등은 경찰에서 동바리를 철거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고 현장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시료의 강도 조사 결과에 따라 레미콘을 공급했던 10여개사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불법 재하도급 문제나 공무원 유착 의혹은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서 수사 중이다.
건설 현장에서 후진국형 사고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강력한 행정처분과 관련 법 규정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 시민대책위는 17일 지난해 6월 발생한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서울시의 행정처분 청문 일정에 맞춰 상경해 현산에 대한 강력한 행정처분을 촉구했다. 17명의 사상자를 낸 학동 참사가 발생한 뒤 광주 동구청은 지난해 9월 현산 소재지가 있는 서울시에 강력한 행정처분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아직 행정처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에선 건설기술진흥법 등에 민간기업 건설 현장에도 공사 규모에 따라 건축·설비·전기 등 공사 담당자를 적정하게 확보하도록 기준을 마련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 법 적용 사업장의 규모 등을 둘러싸고 이견이 존재하는 중대재해처벌법과 달리, 이 사안은 여야 사이 견해차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대하 전국팀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