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헌 선수가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1000미터 준결승에서 중국 선수들과 경쟁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에서 편파판정 논란이 일면서 ‘반중 정서’가 들끓고 있다. 이러한 반중 정서가 올림픽 정신 훼손 등에 대한 비판을 넘어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인을 향한 무분별한 혐오 및 공격으로 연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나라지킴이고교연합 등 보수단체는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승부조작으로 점철된 베이징올림픽은 올림픽 정신에 대한 모욕”이라며 “베이징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우리는 베이징올림픽을 거부한다”, “차이나 아웃” 등의 구호를 외치고 베이징올림픽 포스터를 패러디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눈 뜨고 코 베이징’ 그림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지난 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한 것과 관련해 중국을 비판하는 글이 이어졌다.
편파판정 논란으로 반중 정서가 고조되면서 중국인을 향한 혐오표현을 담은 글도 쏟아졌다. 언급량이 많은 단어를 보여주는 트위터 실시간트렌드에는 ‘편파판정’, ‘동네 운동회’, ‘Justice For Korea’(한국을 위한 정의) 등뿐만 아니라 중국인을 비하하는 표현과 ‘중국XX들’, ‘중국X들’ 등도 올랐다.
혐오표현은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인과 중국동포 등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대학생들이 모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곳곳에는 ‘혹시 중국인 유학생있으면 알아서 자퇴해주세요’, ‘중국인들 보이지 마라. 주먹 바로 나간다’, ‘△△대 재학 중국인 만나면 쥐어패도 합법이냐’ 등 원색적인 비난이 담긴 게시글이 올라왔다. ‘배달 앱에서 사업자 이름을 보고 조선족이 하는 마라탕 가게는 걸러내자’ 등 중국동포를 겨냥한 글도 있었다.
한편에서는 이런 혐오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학생 김아무개(22)씨는 “이번 올림픽 중계를 보고 화가 나 중국을 비판하는 글에 공감했다. 하지만 중국인 유학생 등을 직접 욕하는 글은 당사자가 보고 상처받을까 봐 걱정됐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중국인이나 중국동포에 대한 혐오표현에 대해 ‘우리 주변 이웃인 이주민,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가정 어린이 등이 차별에 노출될 뿐이다’, ‘올림픽 전부터 혐오가 있었는데, 올림픽은 혐오표현을 정당화할 명분을 쥐여준 계기에 지나지 않는다’, ‘국내 거주 중국인들의 안위가 걱정된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편파판정에 대해 비판과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일부의 문제 또는 구조적인 문제를 집단 전체의 문제로 돌리는 것이 혐오가 작동하는 방식”이라며 “올림픽 판정 및 외교 문제 등은 해당 국가에 속한 사람을 미워할 문제가 아니고,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인이나 중국동포들과도 관련 없는 문제다. 혐오 확산은 진짜 문제 해결에도 도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재룡 경희대 교수(사회학)도 “국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중국인 개개인에게 표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특히 정치권에서도 지나친 민족주의나 중국에 대한 혐오를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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