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뉴스AS] “장애인 100번 욕할 때 한번은 정부에 해달라”

등록 2022-02-09 04:59수정 2022-08-18 15:13

[뉴스AS] ‘출근길 지하철 시위’ 계속하는 이유
장애인 콜택시 등 이동권 법 통과됐지만
예산 근거 불투명…기재부에 개정 요구
“대선후보 ‘예산 반영’ 약속하면 시위 중단”
8일 오전 7시40분께부터 ‘대통령후보 장애인권리예산 약속 요청 및 기획재정부 책임촉구 지하철타기 출근선전전’이 서울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오금행 승강장에서 시작돼 경찰병원역에서 종료됐다. 박지영 기자
8일 오전 7시40분께부터 ‘대통령후보 장애인권리예산 약속 요청 및 기획재정부 책임촉구 지하철타기 출근선전전’이 서울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오금행 승강장에서 시작돼 경찰병원역에서 종료됐다. 박지영 기자

“시민 여러분 출근길 지각하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우리 장애인들은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이 보장되기만을 위해 지난 21년을 기다렸습니다.”

8일 아침 7시40분께 서울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오금행 지하철 승강장은 출근하는 시민들로 붐볐다. 인파 사이로 휠체어를 탄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외쳤다. 박 대표를 비롯해 전장연 회원들은 이날 3호선 충무로역을 시작으로 경찰병원역까지 역 중간중간 타고 내리며 “장애인 권리예산을 보장해 달라”고 호소했다. 일부 시민들은 “적당히 하라”며 화를 내 거나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 단체의 불법시위로 정상적인 열차 운행이 방해받고 있다”고 ‘불법’을 강조하는 방송을 수시로 했다.

이러한 비난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이들은 지난해 12월6일부터 이날까지 44번째 ‘지하철 출근길 선전전’을 이어갔다. 승강장에서 손팻말을 들고 요구사항을 알리거나, 때로는 탑승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이어왔다. 지난해 12월31일 장애인들의 요구를 일부 반영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장애인 단체들은 기획재정부(기재부)가 장애인 이동권 예산 반영을 확실하게 약속할 때까지 지하철로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교통약자법 개정안의 핵심은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국가 또는 지자체의 특별교통수단(장애인 콜택시 등) 이동지원센터·광역이동지원센터 운영 비용 지원 등이다. 그러나 장애인 단체들은 “(개정된 법안은)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온전히 보장하지 않았으며, 개정된 법안 내용을 실현하기 위한 예산 조항이 ‘임의조항’으로 통과된 것이 문제다”고 주장한다. 개정안은 애초 장애인의 시외 이동을 위한 특별교통수단 예산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하며 ‘할 수 있다’로 바뀌어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8일 오전 7시40분께부터 ‘대통령후보 장애인권리예산 약속 요청 및 기획재정부 책임촉구 지하철타기 출근선전전’이 서울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오금행 승강장에서 시작돼 경찰병원역에서 종료됐다. 박지영 기자
8일 오전 7시40분께부터 ‘대통령후보 장애인권리예산 약속 요청 및 기획재정부 책임촉구 지하철타기 출근선전전’이 서울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오금행 승강장에서 시작돼 경찰병원역에서 종료됐다. 박지영 기자

장애인 단체들은 “‘할 수 있다’는 말은 기재부가 아예 예산을 잡지 않거나 단돈 1원만 반영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결국 기재부 입맛에 맞게 개정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재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보조 비율을 국비 70%, 지방비 30%로 정해 예산 확충 방안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게 장애인 단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관련 부처와 각각 협의하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한겨레>에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사망 사고 이후 21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스스로 말한 계획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며 “기재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예산 반영을) ‘해야 한다’로 못 박고, 대선 후보가 ‘장애인 권리예산을 반영하겠다’는 말 한마디라도 하면 지하철 선전전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단체들의 지하철 선전전이 계속되면서 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일고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은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하철 시위 조치 부탁드립니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경찰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를 지난 17일 집시법 위반 및 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입건했고,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 등을 상대로 3천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박 대표는 “(시민들께서) 당연히 화나시겠지만, 장애인들에게 욕 100번 하시면 한 번만이라도 정부와 대통령 후보에게도 해달라. (우리를)처벌한다면 달게 받겠다. 그러나 지난 21년간 장애인 이동권을 무시한 책임도 정부가 져야 적어도 형평성에는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오전 7시40분께부터 ‘대통령후보 장애인권리예산 약속 요청 및 기획재정부 책임촉구 지하철타기 출근선전전’이 서울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오금행 승강장에서 시작돼 경찰병원역에서 종료됐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8일 오전 7시40분께부터 ‘대통령후보 장애인권리예산 약속 요청 및 기획재정부 책임촉구 지하철타기 출근선전전’이 서울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오금행 승강장에서 시작돼 경찰병원역에서 종료됐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8일 오전 7시40분께부터 ‘대통령후보 장애인권리예산 약속 요청 및 기획재정부 책임촉구 지하철타기 출근선전전’이 서울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오금행 승강장에서 시작돼 경찰병원역에서 종료됐다. 박지영 기자
8일 오전 7시40분께부터 ‘대통령후보 장애인권리예산 약속 요청 및 기획재정부 책임촉구 지하철타기 출근선전전’이 서울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오금행 승강장에서 시작돼 경찰병원역에서 종료됐다. 박지영 기자

글·사진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윤, 계엄 3시간 전 경찰청장에 ‘10곳 장악 리스트’ 건넸다 1.

윤, 계엄 3시간 전 경찰청장에 ‘10곳 장악 리스트’ 건넸다

“까면 깔수록 충격” 국회 앞 시민들 커지는 분노 2.

“까면 깔수록 충격” 국회 앞 시민들 커지는 분노

[단독] 윤, 조지호에 6차례 ‘의원 체포’ 지시…계엄 해제 뒤 “수고했다” 3.

[단독] 윤, 조지호에 6차례 ‘의원 체포’ 지시…계엄 해제 뒤 “수고했다”

윤 대통령, 계엄날 안가로 경찰청장 불러 ‘10개 장악기관’ 전달 4.

윤 대통령, 계엄날 안가로 경찰청장 불러 ‘10개 장악기관’ 전달

[단독] 방첩사, 계엄 날 경찰에 ‘국회의원 체포조 100명’ 파견 요청 5.

[단독] 방첩사, 계엄 날 경찰에 ‘국회의원 체포조 100명’ 파견 요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