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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장애인 이동권’ 예산 보장, 대선후보들이 나서라

등록 2022-02-09 04:59수정 2022-03-30 11:31

8일 오전 7시40분께부터 ‘대통령후보 장애인권리예산 약속 요청 및 기획재정부 책임촉구 지하철타기 출근선전전’이 서울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오금행 승강장에서 시작돼 경찰병원역에서 종료됐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8일 오전 7시40분께부터 ‘대통령후보 장애인권리예산 약속 요청 및 기획재정부 책임촉구 지하철타기 출근선전전’이 서울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오금행 승강장에서 시작돼 경찰병원역에서 종료됐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장애인권단체들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8일 아침에도 서울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등에서 시위가 열렸다. 지난해 12월6일 이후 44번째고, 단체로 탑승까지 한 경우도 10차례가 넘는다고 한다. 매번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고, 출근에 늦은 시민들의 불편과 불만도 커져간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온갖 비난을 무릅쓰면서 지하철 시위를 이어가는 사정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선에 바쁜 정치권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시민들의 이해와 공감까지 얻는 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장애인권단체들의 요구는 “장애인 권리 예산을 보장하라”는 구호에 집약돼 있다. 지난해 말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와 함께 장애인 콜택시 같은 특별교통수단의 시외 운행에 필요한 예산 근거가 마련됐다. 문제는 원안에 의무조항(‘지원해야 한다’)으로 돼 있던 예산 지원이 국토교통위원회를 거치면서 임의조항(‘지원할 수 있다’)으로 바뀐 것이다. 장애인권단체들은 예산을 반영하지 않거나 비용에 턱없이 모자라게 반영해도 법적인 문제를 피해갈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무조항과 임의조항의 차이를 장애인권단체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깊이 인식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5년 ‘장애인 이동권 선언’을 발표하면서 2025년까지 시내버스를 모두 저상버스로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75%를 달성해야 했지만 66%에 그쳤다. 전국적으로 보면 사정은 더 딱하다. 국토교통부의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 3차 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평균 저상버스 도입률은 42%가 돼야 하는데, 3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예산 삭감이 반복돼온 탓이다.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 등 장애인 관련 사업 대부분이 비슷한 처지다.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사망 뒤로 장애인권단체들은 21년 동안 부정적인 시선을 견뎌가며 온몸을 던져 ‘이동권 투쟁’을 해왔다. 그러나 그렇게 도입된 교통수단과 시설들의 편익은 역설적으로 비장애인들이 더 많이 누리고 있다. 장애인권단체들은 “교통약자법 시행령에서 예산 지원을 의무조항으로 강화하라”며 대선 후보들에게 이를 약속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뿐 아니라 모든 국민의 일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일이다. 모든 후보가 적극적으로 지하철 시위 현장을 찾아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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