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201동 26층에서 잔해물 제거 및 탐색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소방청 제공
현대산업개발(현산)이 시공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 28일 만에 실종 노동자들이 모두 숨진 채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8일 저녁 8시10분 긴급브리핑을 열어 “오늘 저녁 7시37분 화정아이파크 201동 26층 2호실 안방 잔해물 속에 있던 마지막 매몰자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주검으로 발견된 이 매몰자는 25∼29층에 겹겹이 쌓인 콘크리트더미 최하단에 있어 수습이 가장 늦었다.
수습 장소가 고층인데다, 추가 붕괴 우려 탓에 속도를 내기 어려워 전체 매몰자 수습에는 한달 가까이 시간이 소요됐다. 고민자 광주소방안전본부장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탐색 구조 활동을 마무리한 구조팀에게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오후 다섯번째 주검을 수습한 뒤 중수본은 “8일 수습을 목표로 26층 매몰자를 향해 집중적으로 잔해를 파고 들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불안한 현장…더디기만 했던 수습
화정아이파크 201동은 지난달 11일 최상층인 39층 바닥 콘크리트 타설 중 붕괴해 건물 1호실 쪽(남서쪽)은 23층까지, 2호실(남동쪽)은 25층까지 차례로 무너졌다. 당시 29∼31층에 있던 창틀 실리콘작업팀 3명, 스프링클러·조적(가벽쌓기)팀 3명 등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변을 당했다.
사고 건물은 수십t에 달하는 잔해가 위태하게 22층 이상에 걸려 있었고, 건물 남서쪽에 설치된 높이 145m 타워크레인은 고정장치가 파손돼 건물 쪽으로 1.2도 기울어진 상태였다. 이에 광주소방안전본부는 지난달 14일 1호실 1층 바깥 잔해 더미에서 첫번째 주검을 수습한 뒤 상층부 접근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같은 달 23일 타워크레인 일부를 해체하고 24일 중수본이 가동되며 본격적으로 2호실 쪽 수색을 진행했고, 25일 27층을 시작으로 전날까지 26∼28층에서 남은 실종자 5명이 모두 발견돼 4명이 추가 수습됐다. 하지만 이달 2일 28층 20여t 규모 잔해 더미가 추가로 떨어지는 등 건물이 불안정했고 안전 조치에 또다시 시간이 소요됐다.
사고 원인·책임자 규명 속도 내나
이날 마지막 피해자 수습이 마무리되며 경찰의 사고 원인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사고 직후 업무상과실치사상,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 등으로 현산 관계자 6명, 감리 3명, 하청업체 관계자 2명 등 11명을 입건했고 현산 본사 등 46곳을 압수수색했다. 다만 붕괴 우려 때문에 현장감식, 사고구역 콘크리트 시료 채취 등을 하지 못했다. 경찰은 현산 현장소장 등을 소환조사했지만 책임을 부인해, 일단 자료 분석을 통해 과실 여부를 규명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도 9일 현장을 방문해 콘크리트 압축 강도, 불량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201동 철거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몽규 현산 회장은 지난달 17일 회장직 사퇴 뜻을 밝히며 “안전점검에서 문제가 있다고 나오면 완전 철거와 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엽 화정아이파크 예비입주자협의회 대표는 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안전점검 결과라는 조건을 붙이지 말고 화정아이파크 1단지, 2단지는 전체 철거 뒤 재건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산은 이날 브리핑에서 “철거 여부는 안전진단 결과와 유관기관 협의 등을 통해 추후 결정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날 매몰자 수습이 마무리되면서 피해자가족협의회는 서구청과 협의해 합동분향소 설치를 논의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