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건축 구조 전문가들이 전날 오전 잔해 일부가 무너진 광주 화정아이파크 201동 28층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직후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현산)은 진상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정작 현산 쪽 실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는 문제가 된 시공 방법 등을 ‘하청업체가 알아서 한 일’이라며 책임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3일 언론 브리핑을 열어 “설 연휴 기간을 활용해 조사에 속도를 내고자 했으나 현산 쪽 피의자들이 변호사 동행을 이유로 출석을 연기해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설 연휴 전인 지난달 26~28일 이아무개 현장소장 등 현산 쪽 피의자 3명을 불러 조사했으나, 사고 책임을 모두 부인해 과실 입증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경찰이 직접적인 붕괴 원인으로 지목한 36~38층 동바리(임시 지지대) 철거와 관련해 골조공사 하청업체 현장소장은 “현산 지시를 받아 철거했다”고 진술했으나, 현산 현장소장 이아무개씨는 “그런 지시를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또 붕괴를 유발한 39층 바닥 콘크리트 타설 당시 아래층 높이가 낮아 동바리가 아닌 역보(ㅗ자형으로 생긴 콘크리트벽)를 설치한 것과 관련해서도 하청업체는 현산 쪽과 협의해 진행했다고 진술했지만, 이 소장은 하청업체가 알아서 한 일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소장은 “현장소장이 된 지 2주밖에 되지 않아 현장을 잘 모른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공사 초기부터 이 소장이 현장에서 2인자 역할을 하며 관리감독했던 사실을 확인하고 진술 신빙성을 살펴보고 있다.
한편, 경찰은 기본 공정상 지난해 10월25일 39층 바닥 공사가 진행돼야 했지만, 민원 등으로 일정이 두달 이상 미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현산 쪽은 “공정이 늦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산 관계자와 감리 등을 추가 소환하는 한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의뢰해 콘크리트 강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붕괴 사고가 일어나 노동자 6명이 실종된 현장에서 현재까지 2명의 주검은 수습됐고 2명은 수습 대기 중, 나머지 2명은 실종 상태다. 전날 아침 8시7분 잔해물 일부가 또 무너지며 중단됐던 수색 작업은 이날 오후 4시30분 안전 조치와 함께 재개됐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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