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사고가 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201동 29층에서 구조대원들이 매몰자가 발견된 28층 쪽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우리 다섯가족이 제일 걱정하는 게,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거예요. 지금은 모든 가족이 한꺼번에 구조되길 바랄 뿐입니다.”
27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201동 붕괴현장 인근에서 구조대원들의 활동을 지켜본 40대 ㄱ씨가 나지막이 속마음을 말했다.
ㄱ씨 매형은 201동 28∼29층에서 스프링클러 설치를 하다 붕괴사고 때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소식을 들은 직후 현장을 찾은 ㄱ씨는 매형의 구조소식을 기다리며 17일째 현장을 지키고 있다.
ㄱ씨는 “한분, 두분 수습이 되면 병원으로 가든, 장례를 치르든 현장을 빠져나가겠죠. 결국엔 한가족만 남을 텐데 얼마나 고통을 받을까요”라고 말했다.
안정호 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는 “생환은 둘째치고 지금은 ‘다 같이 한꺼번에 하루이틀 사이에 다 구조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뿐이다”고 말했다.
사고 3일째인 13일 오전 첫번째 희생자가 건물 동쪽 지상 1층에 쌓인 콘크리트더미 속에서 발견된 뒤 25일 두번째 희생자로 추정되는 매몰자 혈흔과 옷가지, 머리카락 등이 27층 2호실 안방 잔해 속에서 확인됐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이날 오전 28층 잔해에서 매몰자 한명을 더 발견하고 구조, 수습 중이다. 다만 27층과 28층은 무너진 콘크리트 잔해가 겹겹이 쌓여 있어 추가 붕괴 우려 때문에 구조대원들의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27일 매몰자의 신원은 조만간 밝혀질 예정이다. 중수본은 이날 새벽 1시30분께 27층 콘크리트에 묻은 혈흔을 채취했고 이날 아침 8시께 경찰에 실종자 가족과의 유전자 대조검사를 의뢰했다.
앞서 11일 오후 3시46분께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2단지 201동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최상층인 39층 바닥 콘크리트 타설 중 붕괴사고가 일어나 동쪽은 25층까지, 서쪽은 23층까지 무너졌다. 경찰은 지지대 철거 등을 원인으로 보고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등 11명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김용희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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