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진행된 ‘오월광주는 미얀마와 하나다’ 전시. 민족미술인협회 광주지회 제공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발생한 지난해 2월1일 이후 광주의 미얀마 노동자와 학생들은 버스터미널 인근에서 미얀마 시민들을 지지해달라는 조그만 집회를 시작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경험했던 시민들은 미얀마인들의 간절한 외침을 지나칠 수 없었다. 광주지역 시민단체와 오월단체, 종교계, 문화예술인들이 뜻을 모아 ‘미얀마 광주연대’(광주연대)가 3월11일 출범했다. ‘뭐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된 활동은 1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지난 연말까지 모금된 금액만 3억1천여만원, 이 가운데 2억5천만원이 미얀마 민족통합정부(NUG·미얀마 민주진영 임시정부), 시민불복종 운동 단체, 노동조합 및 현지 언론인 등에게 지원됐다.
쿠데타 이후 지난 1년간 한국에서 미얀마의 민주화를 지지하고 행동에 나선 이들의 마음은 “우리도 겪었던 일이니,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도 해보자”로 요약된다. ‘공감’은 한국에서 3441㎞ 떨어진 미얀마 사람들에게 꾸준히 응원과 지지를 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25일 광주연대의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은 <한겨레>에 “뉴스로 보도된 미얀마의 상황이 80년 광주와 너무나 닮았다고 생각한 시민들이 많았다. 미얀마 시민들이 억울하게 희생돼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연대가 빠르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미얀마 민주주의를 응원하는 광주시민모임’과 광주연대는 지난해 3월부터 ‘딴봉띠 집회’도 열어 지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딴봉띠’는 큰소리로 악귀를 쫓는 미얀마 전통 풍습이다. 이 사무처장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집회와 모금에) 자발적으로 많이 참여했다”며 “이렇게 광주가, 5·18이 더 넓어지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민중미술 화가 김화순(52)씨도 지난해 2월 주변 작가들과 “미술인으로서 뭔가를 하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라고 말을 꺼낸 뒤 1년째 미얀마 시민들을 지지하는 활동을 이어갔다. 지역 작가들은 당장 지난해 2월 말부터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비판하는 작품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미얀마에 있는 작가 5명과 겨우 접촉해 그림을 요청했는데, 17명이나 참여하겠다는 놀라운 소식이 돌아왔다. 미얀마 예술가들은 낮에는 길에서 싸우고, 밤에 몰래 그림을 그렸다.
파주 시민사회단체가 지난해 4월16일 파주시 금릉역 광장에서 세월호 추모 집회와 함께 미얀마를 위한 촛불을 함께 들었다. 사회학자 조형근 제공
광주 작가들은 이들로부터 받은 그림과 자신들의 작품을 함께 3월부터 전시하기 시작했다. 전시 주제는 ‘오월광주는 미얀마와 하나다’. 김씨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도 광주에서 이렇게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걸 시각적으로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해 서둘러 5·18민주광장에서 전시를 열었다. 시민들이 응원의 글을 쓸 수 있는 커다란 종이도 붙였는데, 하루 이틀이면 꽉 차서 11장을 교체했다. 애초에 한달가량 계획한 전시도 10월까지 이어갔다”고 말했다. 광주의 작가들은 지금도 미얀마 작가들과 어렵게 소통하며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경기도 파주의 이주노동자센터, 협동조합 등에 몸담은 시민들은 지난해 6월부터 매주 커피 한잔 값을 아껴 매달 40만원을 모아 미얀마의 한 고아원에 보내고 있다. 파주에서 활동하는 사회학자 조형근씨는 “시민들과 함께 국내 유학 중인 미얀마인 성공회 신부의 강연을 들었는데 쿠데타 이후 고아원의 고아는 두배가량 늘고 후원은 거의 끊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돈으로 40만원이면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 40명의 한달 식비가 된다. 조씨는 “군부독재를 겪었던 우리들로서는 미얀마 상황이 남 일 같지 않다는 게 공통된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파주 시민들로부터 매달 40만원씩 지원을 받는 미얀마 북부 지역 호핀고아원 아이들이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자 고아원에서 요리와 오토바이 수리 기술을 배우고 있다. 조형근 제공
파주 시민들로부터 매달 40만원씩 지원을 받는 미얀마 북부 지역 호핀고아원 아이들이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자 고아원에서 요리와 오토바이 수리 기술을 배우고 있다. 조형근 제공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