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사고로 노동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201동 28층에서 20일 오전 실종자 가족이 찍은 붕괴구간 모습.피해자가족협의회 제공
전국 건설노동자 10명 중 7명은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 원인을 콘크리트 부실 양생(굳히기)으로 꼽았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건설노조)는 20일 오전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를 계기로 이달 17~18일 진행한 노동안전 긴급 설문조사 결과(중복 응답)를 공개했다. 설문에는 목수·철근 등 토목건축, 덤프·레미콘 등 건설기계, 타워크레인, 전기 등 각종 분야에 종사하는 전국 조합원 7573명이 참여했다.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의 시공적 원인에 대해 75.1%는 ‘콘크리트 타설 보양 부실로 강도 저하’를 꼽았다. 이어 ‘무량판 구조(보 없이 바닥과 기둥만 있는 형태)의 무리한 시공’ 44.1%, ‘수량이나 강도에 있어 부실 철근 자재 사용’ 26.6%, ‘타워크레인 브레싱(고정대) 등 타격’ 11.8%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고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 응답자 80.7%는 ‘공사기간 단축에 따른 속도전’, 55.6%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 39.2%는 ‘공사비 후려치기에 따른 비용 부족’, 24.1%는 ‘노동자 참여 없는 안전대책 수립’을 지적했다.
정부의 여러 대책에도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 66.9%, ‘빨리빨리 속도전’ 63.3%, ‘저가낙찰제(안전 관련 예산 축소, 적은 인원 투입 등)’ 54%, ‘신호수·안전시설 등 건설사의 안전 관리 감독 소홀’ 37.0%, ‘부실하고 이론적인 안전교육’ 32.5% 등을 꼽았다.
건설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는 27일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 강화와 함께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건설노조는 성명을 내어 “기존 중대재해처벌법은 발주자 책임 부분이 빠져 있고 도급, 위탁만 적용돼 임대 건설기계는 법 적용 범위에서 제외됐다. 발주자는 물론, 건설사와 감리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명시하고 모든 건설기계에 적용할 수 있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교흥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은 발주자와 설계·시공·감리자 등 건설현장 내 모든 건설 주체에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해 산재를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이어 이 단체는 “건설사는 이윤 창출을 위해 속도전과 저임금 비숙련 노동자를 고용하는 등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운다. 이번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도 물량도급 형태의 불법하도급과 39층을 10개월에 완료하는 속도전, 동바리 철거, 콘크리트 양생, 레미콘 품질 등 총체적 부실이 원인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적정낙찰제를 도입해 충분한 공사기간 보장, 숙련 노동자 고용, 원청의 직접 고용, 동절기 부실공사 예방을 위해 공사기간 보장을 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11일 오후 3시36분께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2단지 아파트(총 39층) 신축 공사현장에서 최상층인 39층 바닥 콘크리트 타설 중 붕괴사고가 일어나 23층까지 무너졌다. 이 사고로 당시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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