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필진] 헤프닝으로 끝난 '지하철 결혼식'을 통해 생각해 보아야 할 일...

등록 2006-02-16 11:06수정 2006-02-16 11:09

헤프닝으로 끝난 '지하철 결혼식'을 통해 생각해 보아야 할 일... 성급함이 가져온 우리의 모습...

1) 특종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언론의 모습...

언론이라 하면 사회를 제대로 볼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사회를 제대로 진단해 주는 기능을 할 때에 비로소 진정한 언론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언론의 모습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아쉬움이 많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황우석 사태에 있어서 왔다 갔다 특종만 잡으려고 분주한 모습을 보인 결과 오히려 네티즌과 국민들에게 올바른 진실을 알리는데 실패했고, 소위 ‘황빠’와 ‘황까’, 그리고 ‘황교주’라는 신조어를 양산하는 현상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인사 청문회도 해당 후보자의 능력 검증보다는 까발리기 전법으로 몰두한 결과, 국민들은 오점(?) 투성이인 장관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언론이 발빠르게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확실한 정보일 때에 비로소 진정한 특종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의 언론의 모습은 진보나 보수 상관없이 조급하게 다른 언론사가 발표하기 전에 먼저 발표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앞서 있으며, 정보에 대한 확실한 기준이 없이 인기에 편승하는 특종을 잡으려는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아서 약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2) 헤프닝으로 끝난 '지하철 결혼식'

최근 ‘지하철 결혼식’이라는 기사는 지하철에서 결혼식을 하는 장면을 한 네티즌이 핸드폰으로 찍어서 올리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 장면은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급속하게 확장되었고, 네티즌들과 국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메인에 등록되었고, 네티즌들이 뽑은 톱기사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심지어 좋은기사 원고료를 통해서 그들에게 작지만 정성을 전달하고 싶다는 독자들도 나타났습니다. 결혼관련 업체와 시민들은 무료로 그들에게 결혼식을 올려주고 도와주겠다는 현상으로까지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결국 대학의 연극학도들의 실험극이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에 따르면, “호서대학교 연극영화과 동아리인 '연극사랑' 학생 7명이 만든 것으로 제목은 '결혼식'이다. 평소 실험극을 해보고 싶어했던 이들은 '게릴라 연극'을 준비했다. 2개월간의 연습 끝에 이들은 극장이 아닌 지하철을 공연장소로 정하고,3차례 상황극을 공연했다. 화제가 된 연극은 지난 10일 5호선 우장산역을 지나는 전동차 안에서 벌인 것이다”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지하철 결혼식’이 실험극이었다고 밝혀지기 전까지 우리 국민들은 진심으로 결혼식을 올린 사람을 위해서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정’이라는 것이 사라지지 않았으며, 서로 격려하며 잘되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실험극’이었다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때를 같이해서 많은 네티즌들이 ‘속았다’라는 심정으로 댓글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좋아하지 않는 언론매체인 경우에는 예전의 다른 기사까지도 들먹이면서 욕설이 담긴 댓글을 남기기 시작하였습니다.

물론 정확한 사실을 검증하지 않고서 기사를 작성해서 올린 것도 잘못된 모습이고, 선량한 시민들을 속였다는 분노도 있겠지만, 그러한 극단적인 반응 또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하철 결혼식’을 톱기사로 올린 것 때문에 신문사 하나가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네티즌처럼 오바(?)하는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바로 그러한 극단적인 주장 때문에 한때 ‘PD 수첩’이 폐지될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고 봅니다).

3) 우리들에게 문제는 없을까?

이번 헤프닝을 통해서 우리는 다시금 서로를 돌아보고 마음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언론사들은 성급하게 특종만 잡으려는 강박관념으로 일단 보도하고 보자는 식의 자세를 버려야 할 것입니다. 상대 언론사가 특종을 가졌다고 그것을 깎아내리기 위한 다른 특종을 만들어 보도하려는 경쟁심은 결국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사회를 양분화하는 결과를 돕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언론매체들은 선동적인 기사를 써서 국민들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국민을 화합하고 하나로 만들기는커녕 서로 감정의 골만 깊게 만들고 있습니다. 국민을 선동하는 언론매체는 판매부수를 높일수는 있지만, 언론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거나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지 못합니다.

그리고 독자들과 네티즌들은 선동적인 기사에 휘말려서 몰려다니는 식으로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기사와 정보가 과연 합리적이고 정확하게 전달되었는가를 항상 모니터 해야 하며, 확실한 기준을 가지고 읽어야 하겠습니다.

| 한겨레 필진네트워크 나의 글이 세상을 품는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홍장원 “윤석열 ‘싹 다 잡아들여’ 전화 지시…토씨까지 기억” 1.

홍장원 “윤석열 ‘싹 다 잡아들여’ 전화 지시…토씨까지 기억”

“선관위 군 투입 지시” 시인한 윤석열…“아무 일 안 일어나” 궤변 2.

“선관위 군 투입 지시” 시인한 윤석열…“아무 일 안 일어나” 궤변

[영상] ‘체포 명단 폭로’ 홍장원 인사에 윤석열 고개 ‘홱’…증언엔 ‘피식’ 3.

[영상] ‘체포 명단 폭로’ 홍장원 인사에 윤석열 고개 ‘홱’…증언엔 ‘피식’

이재명, ‘허위사실 공표죄’ 선거법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4.

이재명, ‘허위사실 공표죄’ 선거법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기자 아닌 20대 자영업자…서부지법 난동 주도 ‘녹색 점퍼남’ 구속 5.

기자 아닌 20대 자영업자…서부지법 난동 주도 ‘녹색 점퍼남’ 구속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