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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하인스 워드에 열광하는 한국, 정작 교육현장에선…

등록 2006-02-15 19:25수정 2006-02-16 08:02

전북도교육청이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혼혈 어린이들을 초청해 15일 전주시 웨딩캐슬컨벤션홀에서 연 전통문화 체험 행사 ‘우리는 하나’에 참여한 이지해(7·전주시 화산동)양이 손을 들고 밝게 웃고 있다. 브라질 출신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지해양은 다음달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전주/강재훈 선임기자 <A href=”mailto:khan@hani.co.kr”>khan@hani.co.kr</A>
전북도교육청이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혼혈 어린이들을 초청해 15일 전주시 웨딩캐슬컨벤션홀에서 연 전통문화 체험 행사 ‘우리는 하나’에 참여한 이지해(7·전주시 화산동)양이 손을 들고 밝게 웃고 있다. 브라질 출신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지해양은 다음달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전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단군 자손” 순혈주의만 강조
교과서 ‘단일민족’ 뺐지만 배타적 국가주의 잔재 여전
“우~리는 한겨레다 단~군의 자손이다 ~.”

초등학교 3학년 음악책에 나오는 <서로서로 도와가며>란 노래를 떠올릴 때마다 혼혈인 중학생 조아무개(14)양은 가슴에 칼이 꽂히는 느낌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사회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우리는 단일민족’이라고 설명하시는데 친구들이 절 힐끔힐끔 쳐다봤어요. 수업이 끝나고 몇몇 친구들이 ‘너는 한국 사람도 아닌데 왜 여기에 있냐’고 놀렸던 것을 잊을 수 없어요.”

1990년대 중반 이후 아시아계 외국인 여성들이 농촌 총각들과 결혼해 낳은 국제결혼 2세 어린이들, 이른바 ‘코시안’들이 본격적으로 취학 나이에 접어들고 있다. 외국 노동력이 수입되면서 국내로 이주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녀들 가운데 국내 학교에 진학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의 일선 교육 현장에선 이들을 한국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기르려는 준비와 실천을 찾아보기 어렵다. ‘열린 민족’ 교육보다는 오히려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배타적 민족교육’의 관성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코시안’들 취학 늘지만
배타적 민족교육에 ‘눈물’

교육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국내에 재학 중인 국제결혼 초중고생 자녀는 6121명이다. 지역별로는 경기 1480, 서울 688, 전남 587, 전북 517, 경북 468, 경남 457명 등으로, 규모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외국인과 결혼 사례가 많은 전남의 경우 2005년 7월 말 현재 12살 이하 코시안 어린이가 2천여명이나 된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교육 환경 개선은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2002년 국사 교과서에서 ‘단일민족의 역사’라는 항목이 빠진 게 사실상 전부라는 게 일선 교사들의 얘기다.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 교사 김신영씨는 “우리 역사 교과서에 단일민족이라는 표현은 빠졌지만 혼혈 가능성에 대한 언급도 없다”며 “전반적인 어조는 여전히 배타성 짙은 단일민족을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권을 배우는 도덕 수업도 마찬가지다. 전국도덕교사모임 이광연 교사는 “우리나라 도덕 교육은 아직도 국가주의적인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조양에게 상처를 줬던 노래 <서로서로 도와가며>도 여전히 음악 교과서에 실려 있다.

전북도교육청이 14일 혼혈 2세 학부모와 자녀들을 초청해 행사를 여는 등 일부 교육청에서 혼혈 2세 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고 일선 교사들은 말한다.

서울 ㄷ중 김아무개 교사는 “배타적 민족주의 의식은 교육현장과 가정에서 두루 깊게 뿌리를 내린 채 재생산되고 있다”며 “교과서에서 해당 항목을 빼는 수준의 소극적 대처로는 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말했다. 몽골계 혼혈 2세인 이아무개(13·초등학교 6년)양은 “단일민족을 얘기하던 중 선생님께서 몽골은 못사는 나라다. ‘코쟁이’와는 함께 살 수 없다는 얘기를 했다”며 “반 친구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됐다”고 말했다.

다민족 가치·문화 인정
적극적 열린교육 절실

교육부는 새 교육과정에 따라 새로 집필되는 교과서엔 다민족의 가치와 다양한 문화의 어울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부족하며, 혼혈 2세와 이주노동자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선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언어·문화 교육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교사들과 인권운동 단체들은 지적하고 있다.이정애 허미경 박종식 전진식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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