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6일 오후 고 손정민씨가 실종된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그를 추모하는 조화와 메시지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숱한 뉴스를 남기며 2021년이 저물어간다.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거나 논란을 빚으며 한국 사회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던 7가지 사건을 꼽아봤다.
지난 4월25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5일 뒤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 사건은 ‘한강 대학생 사망사건’으로 불리며 올해 상반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언론은 물론 유튜버와 누리꾼들은 앞다퉈 실종 당일 손씨와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ㄱ씨의 행적을 분 단위로 쫓았고, 각종 커뮤니티와 인터넷 카페엔 관련 의혹들이 넘쳤다. 일부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와 유튜버들의 음모론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경찰이 지난 6월 말 손씨의 죽음에 ‘타살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사건을 내사종결했지만 ‘진실 찾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경찰의 사건 종결 뒤, 손씨 유족은 ㄱ씨에게 사건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그를 폭행치사 및 유기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는 바뀌지 않았고, 4개월 뒤인 10월에 ㄱ씨는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처분을 받았다. 수사 결과에 납득하지 못한 유족은 검찰의 판단을 구해보려고 경찰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한겨레>에 “아직 사건 처분을 내리진 않았고, 현재 검찰 조사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다. 손씨 유족은 당시 한강공원 현장을 살필 수 있는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제대로 보여달라고 서초경찰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친구 ㄱ씨의 ‘타살설’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손씨를 추모하기 위해 5월에 개설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는 현재까지 2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모여 손씨 타살설을 주장하는 유튜브 영상을 공유하고 있다.
ㄱ씨 쪽 대리인은 지난 8일 네이버 카페에서 ㄱ씨를 향해 악플(악성 댓글)을 달았던 이용자 225명을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경기남부경찰청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ㄱ씨의 대리인이 ㄱ씨 가족과 주변인들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뒤, 현재까지 고소된 누리꾼 수만 900명이 넘는다. 경기남부경찰청과 서울경찰청, 방배·서초경찰서 등 네 곳에서 고소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ㄱ씨를 사건 용의자로 단정 짓고 가족과 주변인에 대한 허위 신상정보를 반복적으로 유포한 유튜브 채널 6곳 등도 현재 수사 대상이다. ㄱ씨 대리인은 “현재까지도 ㄱ씨 집 앞에서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 가족들의 정신적 충격이 크다”며 “아직 고소 대상이 많아 계속해서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한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을 둘러싼 논란은 종결되지 않았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남았다. 부정확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디지털시대 확증편향 사회의 모순 말이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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