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사면 관련 발표 방송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 발표에 시민사회는 “촛불 시민의 의사에 반하는 정치적 사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24일 오전 법무부가 국정농단 등으로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한다고 밝힌 뒤, ‘사면 무효·철회’ 등의 목소리를 낸 시민·사회단체들은 “촛불 배반”이라는 이유를 첫손에 꼽았다. 참여연대는 “박근혜의 탄핵과 사법처리는 촛불 시민들의 힘으로 이뤄진 것으로 대통령의 정치적 사면은 촛불 시민들의 의사에 반한다”며 “사회적 통합과는 거리가 멀고,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고려에 따른 사면이다”라고 성명을 냈다. 전국금속노동조합는 “박근혜를 기소하고 감옥으로 보낸 힘은 시민이다. 시민의 동의 없이 대통령의 권능이라는 이유로 내린 사면은 무효다. 어떠한 명분도 의의도 없는, 오직 박근혜만을 위한 온정이다. 석방만이 아니라 사면에 복권까지 얹어줬다”는 입장을 냈다.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도 “이번 사면은 세월호참사 이후 헌정질서 파괴와 국정농단을 거듭 자행한 박근혜에 분노한 시민의 힘으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구속시켜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촛불시민의 염원을 짓밟은 촛불 배반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면 결정은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내세운 ‘사면 원칙’에 대한 위반이라는 점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문 대통령은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를 저지른 인사의 사면은 배제한다는 원칙을 스스로 어기면서 대통령의 지위를 남용해 사면권을 행사해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며 “헌정질서를 뒤흔든 범죄자 박근혜에 대한 특별사면은 우리 사회를 재차 어지럽게 할뿐이며, 법치주의나 국민 화합, 갈등 치유와 같은 가치는 조금도 얻을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과 특수 활동비 유용, 재벌들로부터 수백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22년을 확정받고 4년8개월째 수감 중이다.
이날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입장문을 내고 “박근혜 구속은 단지 한 사람의 중대범죄자를 처벌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 시민들이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수립한 역사적 분기점”이라며 사면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심 후보는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저버렸을 때는 그 누구라도 자리를 지킬 수 없다는 ‘시민주권선언’이었다”며 “대통령 개인의 동정심으로 역사를 뒤틀 수는 없는 일이다. 적어도 촛불로 당선된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해서는 결코 안 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김윤주 신민정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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