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가 1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핵심인물들의 재판이 14일 시작됐지만, 이 사건에 연루된 의혹이 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아내 김건희씨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제자리걸음이다. 수사팀은 “계속 수사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김씨를 투자자로 보고 무혐의 처분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김씨가 수원여대, 안양대, 국민대 등 교원 임용 과정에서 허위 경력을 써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수사 종결 시점만 저울질하던 검찰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풀이도 나온다.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과정에서 돈을 대는 ‘전주’ 구실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0년 주가조작 ‘선수’인 이아무개씨에게 10억원이 들어있는 신한증권 계좌를 맡겼고, 이 계좌가 주가조작에 쓰였다는 의혹이다. 경찰의 이 사건 내사보고서를 보면, 이씨는 “(2010년 2월 권오수 회장이) 강남구 학동사거리 근처 미니자동차 매장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주인 김건희씨를 소개하고 주식을 일임하면서 신한증권계좌 10억원으로 도이치주식을 매수하게 하였음”이라고 적힌 자필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지난 3일 권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며 “(경찰) 내사기록에 편철된 이씨의 진술서 등은 이 사건 수사 결과 상당 부분 사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씨가 주가조작이 이뤄지는 중에 권 회장 소개로 이씨에게 자금을 댔다는 진술이 사실상 맞다는 판단이다. 김씨가 주가조작 과정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윤 후보 쪽은 “단순 투자를 맡겼다가 손해를 봤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 조주연)는 지난 3일 권 회장을 구속기소하고 증권사 직원과 투자업자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주가조작 ‘선수’ 이씨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14일 이들 9명의 재판이 시작됐지만, 관련 핵심인물 가운데 김씨의 처분만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김씨를 투자자 91명 가운데 한 명으로 판단해 무혐의 처분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수사팀이 김씨의 구체적 공모 정황이나 증거를 찾지 못했다면, 그를 수많은 투자자 중 한 명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3일 권 회장을 구속기소하며 이례적으로 수사 내용을 자세히 밝혔는데, 당시 보도자료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검찰은 주가조작 사건 동기를 설명하며 “상장 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투자자들의 투자수익 확보를 위한 엑시트(탈출·EXIT) 기회를 부여해야 할 필요성이 발생했다”고 밝혔는데, ‘단순 투자자였다’는 윤 후보 쪽 해명이 다소 반영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수사팀으로서는 지금 단계에서 수사를 마무리하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김씨와 권 회장과의 지속적 거래 관계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지 않은 채 무혐의 처분하면 ‘봐주기 수사’로 비판받을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김씨를 둘러싼 허위 경력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수사 종결에 따른 후폭풍도 고려해야 한다.
김씨는 권 회장이 주가조작 세력과 짜고 시세조종하는 과정에 주식과 자금을 댄 것뿐만 아니라, 2012년 11월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주인수권 51만464주를 권 회장으로부터 적정 가격의 20%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넘겨받았다. 김씨는 이듬해 이 신주인수권을 한 사모펀드에 인수 가격의 두 배 가까운 가격에 팔아 82.7% 수익률을 거뒀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씨는 도이치모터스가 2013년 설립한 자동차 할부금융사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2억원어치를 액면가로 사들여 5대 주주에 올랐다. 윤 후보는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아내가 도이치파이낸셜 공모 절차에 참여해 주식을 샀다”고 했지만, 제3자 배정 유상증자였기 때문에 공모 절차는 없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검찰이 김씨에 대한 서면조사 한 번 없이 수사를 종결하려고 한 것 같다”며 “수사팀 입장에서는 김씨를 직접 조사하자니 ‘야당 대권 후보 탄압’ 프레임에 갇힐 수 있고, 불기소 처분하려니 지금 김씨를 향해 제기되는 여러 가지 의혹 탓에 ‘봐주기 수사’ 역풍에 휘말릴 수도 있다. 사실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