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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전두환 빈소 앞에 20살 청년은 묻는다 “왜 사과하지 않는가”

등록 2021-11-23 21:08수정 2021-11-24 09:54

전두환씨 빈소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마련
백담사 주지스님도 조문
5공 인사들 조문…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조화도
전두환씨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안충원(20)씨. 장현은 기자
전두환씨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안충원(20)씨. 장현은 기자

23일 전두환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안충원(20)씨는 전라남도 영암군에서 무작정 케이티엑스(KTX) 서울행 표를 끊었다. 그는 이날 오후 5시부터 전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안씨가 들고 온 스케치북에는 ‘반성하지 않는 자는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안씨는 1980년 5월 계엄군에 희생된 대동고 3학년 전영진 열사의 이야기를 알게돼 5·18광주민주화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광주에서 열린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사건 재판을 방청해 직접 전씨의 모습도 봤다. 그는 “(재판에서) 꾸벅꾸벅 조는 전씨를 향해 한마디도 못한 것이 응어리가 졌는데 이렇게라도 행동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고 했다. 안씨는 “(전씨가) 그래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는데, 숨을 거두기 전에는 최소한이라도 사과의 메시지를 표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결국) 이렇게 됐다”며 “(스케치북) 메시지는 전씨에게 전달되진 못하겠지만 그의 가족과 5공 실세가 보지 않겠나. 이 말은 꼭 전하고 싶어서 서울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71)씨도 이날 전씨의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전두환심판국민행동본부의 기자회견에서 “12.12 군사쿠데타로 빚어진 참상과 사람들의 고통을 잊을 수 없다. (전씨의 죽음은) 황망하기 짝이 없다. 5·18 유가족들과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을 잊지 말아달라”며 “전두환의 사죄 없이 (그가) 숨진 것을 바라보는 이 심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태일 열사와 전태삼씨의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는 1980년 군사정권 시절 반정부 시위에 참여해 계엄포고를 위반한 혐의로 군법회의에서 징역 1년을 확정판결을 받았다. 최근 검찰이 41년 만에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해 재판이 진행중이다.

이날 전씨의 빈소가 차려진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조문객들 발길은 드문드문 이어졌다. 조문객 대부분은 나이가 지긋한 5공 시절 인사들로, 이들은 전씨의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책임이나 전씨와의 관계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빈소를 지켰다. 전씨의 연희동 자택에서부터 유족과 함께했던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과 ‘하나회’ 멤버인 고명승 전 3군사령관,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도 밤늦게까지 빈소를 지켰다.

12·12 군사반란을 이끈 신군부 일원 신윤희 전 육군헌병감과 박희도·김진영 전 육군참모총장 등 5공 인사들도 조문을 왔다. 박 전 총장은 취재진이 5·18 유족에게 사과할 생각 없느냐고 물었지만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또한 1988년 전씨가 백담사로 칩거했을 당시 주지스님이던 도후스님도 빈소를 찾았다. 현역 국회의원으로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처음으로 조문을 왔다.

청와대는 “역사의 진실을 밝히지 않고 사과가 없었던 점은 유감”이라며 조화를 보내거나 조문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여야 대선후보 4명도 조문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김도읍 의원 및 이명박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은 조화를 보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에스케이(SK) 그룹 회장, 노태우씨 부인 김옥숙씨,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과 중앙홀딩스 홍석현 회장, 김민배 <티브이(TV)조선> 대표이사가 보낸 조화와 함께 권영진 대구시장과 국민의힘 이성헌·박대출 의원이 보낸 근조기도 걸렸다.

장예지 고병찬 박지영 장현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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