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실종자유가족 모임 한종선 대표. <한겨레> 자료사진
“악마 같은 짓을 해놓고 사과 한마디 없이 당당하게 살다 죽으니 화가 납니다.”
전두환씨가 사망한 23일,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실종자유가족 모임 한종선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씨는 “잘못에 대해 사과하지 않아도 자기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고착화되면, 누구든 잘못을 저질러도 사과를 안 하게 될 것”이라며 “나쁜 놈들이 모방하고 답습할 예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또 다른 피해자인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 피해자협의회 대표도 “박정희, 전두환 두 전 대통령은 형제복지원 사건의 교사범과 마찬가지”라며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기만 하고, 이렇게 반성 없이 가버렸다”고 말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1987년 부산 사회복지시설 형제복지원에서 부랑자를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아동과 장애인, 노숙인 등을 감금해 강제노역과 학대 등을 자행한 사건이다.
피해자들은 이날 전씨의 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의 5·18광주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발언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날 민 전 비서관은 5·18 유혈 진압에 대해 전씨가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질문에 “여러 차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과를) 하셨다”며 “발포 명령을 하신 거 아니냐, 거기에 대해서 사죄하라 그런 뜻 아닌가. 그건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한씨는 “사과라는 걸 해본 적이 없어 그런 말을 한다”며 “전두환을 잘 보낼 거면 측근들이 잘 얘기해야 하는데, 죗값만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한씨는 “이렇게 사과 없는 악행이 반복된다면 우리 같은 피해자들은 또 만들어진다”며 “과거사위의 역할은 죽은 자라 할지라도 그 기록을 철저히 남기고 무게를 죽어서도 짊어지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5월 형제복지원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조사하고 있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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