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에 대한 1심 선고가 열린 2020년 11월 30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전씨와 아내 이순자씨가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굉주/공동취재사진
12·12 군사반란 주역이자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한 전두환씨가 23일 사망하면서 남은 추징금 약 956억에 대한 환수가 더 어려워졌다.
2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전씨는 추징금 2205억원 가운데 956억원을 내지 않은 상태다. 이제까지 집행된 추징금액은 전체의 57%인 1249억원 수준이다. 1997년 전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함께 2205억원의 추징금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다.
검찰은 올해 들어 추징금 14억원을 집행했다. 추징금 시효는 10년이다. 이 기간에 단 1원이라도 내면 10년씩 시효가 연장된다. 반면 추징실적이 없으면 시효는 자동 소멸한다. 이 때문에 보통 소멸 시점이 다가오면 검찰에서 재산 압류 등 조처를 취해 왔다.
그러나 전씨 사망으로 추징금을 받아내기 더 어려워졌다. 추징금은 당사자가 아닌 가족 등 타인에게 양도되지 않는다. 다만, 다만, 불법 재산인 것을 알고도 취득한 제3자로부터 추징이 가능하다. 전씨 추징금 환수 집행을 담당해온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 유진승)는 이날 “당사자 사망이지만 추가 환수 여부 등에 대해 단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해당 내용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중견 변호사는 “전두환씨 명의 재산이 있다면 사망 뒤에도 추징이 가능할 수 있다. 다만 사망 뒤 추징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씨 사망 뒤에도 상속재산에 대해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전두환 재산 추징 3법’을 대표 발의했으나 아직 법사위에 계류 중인 상태다. 당시 유 의원은 형법·형사소송법 등 개정 등을 통해 추징 판결을 받은 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상속재산에 대해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전씨는 2003년 미납 추징금 추징 시효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자 추징금 314억원만 납부했다. 이후 검찰은 2003년 재산명시를 신청해 법원이 받아들였다. 전씨는 당시 29만1천원의 예금과 채권 등을 재산목록으로 제출한 바 있다. 2013년 추징금 집행 시효 만료를 앞두고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 개정돼 시효가 연장되자, 검찰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을 꾸려 전씨 재산 환수 절차에 나섰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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