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씨가 2019년 3월 광주지법에 출석하는 모습. 백소아 기자
전두환씨가 23일 오전 숨지면서 그의 사자명예훼손 사건도 공소기각으로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전씨는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돼, 지난해 11월 광주지법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같은 법원에서 항소심 진행 중이었다. 오는 29일 변론을 마치고 조만간 항소심 선고가 있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씨가 이날 사망함에 따라 사건은 공소기각 결정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공소기각은 피고인이 사망하는 등 소송요건이 결여된 경우 더는 사건을 심리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절차다. 형사소송법 328조 1항 2호 및 382조를 보면, 피고인이 사망한 경우 사망진단서 등을 제출하면 원심판결은 파기되고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진다. 전씨의 경우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공소기각 결정이 확정되면 유죄판결은 그 효력을 잃게 된다.
전씨는 2018년 광주지법에서 열린 1심 당시 알츠하이머 투병, 고령 등을 이유로 1년여간 출석을 거부하다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한 뒤인 2019년 3월에서야 비로소 광주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유죄판결을 받은 뒤에는 ‘항소심 재판을 서울에서 받게 해달라’며 두 차례 관할 이전을 신청하기도 했으나, 법원은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씨는 지난 5월 광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김재근)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도 법정에 불출석했고, 지난 8월 두 번째 공판에 출석했으나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20분 만에 퇴정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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