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저녁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여수 실습생 고 홍정운군 추모 촛불이 열려 홍군의 친구들과 특성화고 학생 및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홍군을 추모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지난달 전남 여수에서 현장실습 도중 무리한 잠수 작업을 하다 숨진 홍정운(18)군 등 직업계고 피해자 유가족들이 현장실습 폐지를 요구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반복되는 사망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직업계고 학생들의 재학 기간 취업을 금지하고, 졸업 후 정부가 인증하는 일자리에서 일하는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직업계고 현장실습 피해자 가족 모임’이 올린 “현장실습 유가족들은 더 이상의 희생자가 없기를 피눈물로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공개됐다. 청원에는 홍군의 부모를 비롯해 2017년 제주 현장실습 사고로 숨진 이민호군, 같은해 전주 사고로 숨진 홍수연양, 2013년 진천 사고로 숨진 김동준군의 부모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남들은 대학 보낸다고 말할 때, 우리는 어린 고등학생 자식을 일터로 내보내며 미안하고 마음 아팠다“며 “현장실습은 가족의 희망과 행복을 빼앗은 가정파괴범”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실습 기업체는 아직도 50년 전처럼 현장실습 학생을 ‘저임금 단순 노동력 제공’ 차원으로 이용하려 한다“며 “70·80년대식 취업을 미끼로 한 죽음의 시한폭탄인 현장실습을 멈춰야만 한다”고 했다.
이들은 전국 동시 ‘고졸 취업 기간’을 설정하는 내용의 직업계고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 직업계고 학생들이 졸업일까지 정상적인 수업을 진행하고, 모든 취업 활동은 3학년 2학기 12월에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취업이 확정된 학생들은 겨울방학에 학교장의 동의를 얻어 취업 업체의 주관으로 입사 전 교육을 받으며, 졸업 후 취업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직업계고 졸업생들이 취업할 회사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감독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들은 고용노동부가 학교에 배치된 취업지원관과 노무사를 인수해 직속 기관으로 ‘고졸 취업 지원 센터’를 만들고, 구인을 희망하는 업체는 현장 방문 등의 절차를 걸쳐 취업 적합 업체로 인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업체의 산업안전과 노동인권 여부를 확인하고 지도·감독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일 게재된 청원은 일반 공개로 전환돼 이날 오후 4시 기준 3170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님께 피눈물로 호소한다. 저희 유가족들의 청원을 꼭 들어주셔서 더 이상의 현장실습학생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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