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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재명 판례’ 효과?…전문가들 “거짓말 ‘절대 반지’ 아니다”

등록 2021-10-07 14:46수정 2021-10-07 21:37

검찰, 오세훈 시장 불기소에 판례 인용
“적극적 거짓말, 여전히 허위공표죄”
지난 4월 4·7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서울시장(당시 국민의힘 후보자)이 서울 광진구 자양사거리에서 열린 출근 유세에서 손을 흔들며 지지를 호소하던 모습. 공동취재사진
지난 4월 4·7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서울시장(당시 국민의힘 후보자)이 서울 광진구 자양사거리에서 열린 출근 유세에서 손을 흔들며 지지를 호소하던 모습. 공동취재사진

검찰이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방송 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말한 혐의로 고발된 오세훈 서울시장을 무혐의 처분하면서 법조계에서는 선거 후보자 토론에서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보장하는 이른바 ‘이재명 판례’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 판례가 후보자의 의도적·적극적 거짓말까지 보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법조인들은 입을 모았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경근)는 지난 6일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발된 오 시장을 불기소 처분했다. 6개월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두고 내린 결론이다. 검찰은 오 시장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지난해 이재명 경기지사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판결을 인용했다. 검찰은 오 시장이 설령 토론회에서 허위 발언을 했더라도 주된 의혹을 부인하는 차원으로 한 것이라면, 허위사실공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7월 선거 후보자가 토론회에 참가해 하는 질문이나 답변, 주장과 반론은 해당 토론회 맥락과 상관없이 일방적·의도적·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닌 이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 판결은 이 지사가 2018년 후보 토론회에서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하셨죠?”라는 상대 후보의 질문에 “그런 일 없다. 제가 (형의 정신병원 입원을) 최종적으로 못하게 했다”고 답하며 일부 사실을 숨긴 것이 허위사실공표인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공적·정치적 관심사에 대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선거 후보자 토론의 경우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제한시간 내에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므로 그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토론 중 질문·답변이나 주장·반론하는 과정에서 한 표현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 아닌 한 일부 부정확 또는 다소 과장되었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경우에도 허위사실공표행위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지사 판결을 근거로 오 시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이 지사 판결로 검찰이 선거 후보자에게 허위사실공표죄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검찰 안팎으로 나왔고, 오 시장의 무혐의 처분을 예상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 입장에서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사건을 피해갈 수 있다는 측면도 생긴 셈”이라고 했다.

한편에서는 대법원 판결을 방패 삼아 후보자들이 토론회 등에서 무차별적으로 거짓말을 해,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법원 판결이 어떤 거짓말을 하더라도 면죄부를 주겠다는 취지가 아니기 때문에 후보자들은 이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가 후보자 표현의 자유를 넓힌 것은 맞지만, 그것이 꼭 거짓말을 해도 처벌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의도적·적극적 거짓말은 여전히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하는 만큼, 후보자들이 이 지사 판결을 ‘절대 반지’처럼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고 했다. 실제 대법원 전합은 “후보자가 토론회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일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은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고 선을 그었다.

언론이 선거 국면에서 후보자 발언을 적극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수사기관에서 후보자들이 토론회에서 말한 내용이 허위사실인지 판별하기까지는 시간일 걸릴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정확한 정보를 발 빠르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자들이 ‘팩트체크’를 통해 후보자의 발언 검증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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