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수원지검이 삼부토건 본사를 압수수색 한 뒤 기존 소유자들에게 되돌려준 물건 목록에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의 달력판이 기재돼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으로부터 수차례 골프 접대와 향응을 받았다고 의심할만한 내용이 담긴 조 전 회장의 일정표는 2013년 배임수재 혐의로 조 전 회장 아들을 수사한 검찰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조 전 회장의 일정표 등을 근거로 골프 접대·향응 의혹을 제기한 <한겨레> 보도를 두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일정표에 (근거해) 단정적 보도를 했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해당 문건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자료로 드러나면서, 실제로 조 전 회장실에서 기록하고 사용했던 일정표라는 점이 재확인됐다.
2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2013년 9월 수원지검은 조 전 회장의 아들 조시연 전 삼부토건 부사장의 배임수재 혐의 등을 수사하며 삼부토건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당시 검찰은 삼부토건이 진행 중인 ㄱ리조트 사업과 관련한 자금집행 내역, 감정평가서, 대출약정 자료 등을 확보하면서 조 전 회장의 일정표 또한 확보했다. <한겨레>가 확보한 삼부토건의 ‘압수물건 수령서’를 보면, 검찰은 삼부토건 회장 비서실에서 ‘회장 달력판(1997년~2012년, 수량13)’, ‘비서 달력판(2005~2012년, 수량8)’, ‘이사회 노트’를 압수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조 전 부사장에게서는 휴대전화와 이동식 하드디스크, 피시(PC), 유에스비(USB)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그해 11월 조 전 부사장을 배임수재 혐의 등으로 기소했고, 기소 다음 달인 12월에 압수했던 물건을 기존 소유자들에게 되돌려줬다. 압수물건 수령서는 검찰이 압수해 간 물건을 되돌려 받았다는 증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출신인 이인규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한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7월 1심에서 징역2년을 선고받았다.
삼부토건 조남욱 전 회장의 달력 일정표에 2011년 4월2일 ‘운동(최 회장·윤검) out코스. 강남300cc’라고 쓰여 있다. 조 전 회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윤 전 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와 함께 골프를 치러 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한겨레>는 조 전 회장의 달력 일정표를 포함해 비서실 일정 메모 등의 기록을 바탕으로 윤 전 총장의 골프접대·향응 의혹 등을 제기했다. (
[단독] 윤석열, 2011년 삼부토건서 골프접대·향응·선물 받은 정황) 보도 이후 윤 전 총장 쪽은 조 전 회장의 달력 일정표에 대해 “출처를 알 수 없는 일정표”라고 지적하며 식사 및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해당 자료는 조 전 회장이 삼부토건 경영 악화를 야기한 책임을 지고 2015년 8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6년가량 회사에서 방치된 기록을 <한겨레>가 확보한 것으로, 검찰이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와 동일하다. 또한 기록에 등장하는 조 전 회장의 공식 일정은 대부분 실제로 진행되기도 했다. (<한겨레> 7월20일치 5면 :
“출처 알 수 없다”?…‘윤석열 의혹’ 근거는 삼부토건 회장 일정표)
삼부토건 내부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한겨레>에서 보도한 일정표는 조 전 회장과 그의 비서가 함께 사용한 일정표로 2013년 수원지검이 압수한 뒤 반환된 자료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 전 총장쪽은 28일 여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쪽에서 제기한 “삼부토건 관계자의 친인척이 윤 전 총장의 선거 캠프에 참여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캠프에는 삼부토건 관계자 및 친인척이 전혀 참여하고 있지 않다”며 “삼부토건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은 모두 오보”라고 재차 반박했다.
강재구 김완 임재우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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