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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뉴스AS] 합동감찰이 ‘한명숙 구하기’?…대법 소수의견에 답이 있다

등록 2021-07-15 16:36수정 2021-07-15 17:35

수사팀 직권남용 혐의까지 확인돼야 ‘판결 뒤집기 시도’라 볼 수 있어
“재소자 위증이 판결에 영향 미쳤다고 보기 어려워 재심 사유 안돼”
한만호씨 70차례나 불러 조사하고도 조서 없는 ‘수사 관행’ 지적해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015년 8월24일 오후 동료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수감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의왕/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015년 8월24일 오후 동료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수감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의왕/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명숙 사건’ 결론이 뒤집혔다.”

지난 14일, 법무부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결과’를 발표한 뒤 나온 검찰 일각과 일부 언론의 반응입니다.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감찰 결과를 두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법원까지 확정된 사법 시스템을 무시하고 특정인을 구하겠다는 ‘목적’만 있고 ‘팩트’는 없는 발표”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번 합동감찰로 대법원 판결이 ‘뒤집혔다’거나 ‘한 전 총리 구하기’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을까요? 오히려 법조계에선 ‘한 전 총리에게 도움 안 된 감찰’이란 평가와 함께 ‘부적절한 수사 관행에 대한 검찰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이번 합동감찰로 한 전 총리 사건 결과가 뒤집혔다’는 평가는 온당치 못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법무부는 합동감찰을 통해 수사팀의 실체적 혐의에 대해서 판단을 한 것이 아닙니다. ‘공소가 제기된 이후에도 법정에 증인 출석이 예정된 참고인들이 검찰에 총 100여회 이상 소환돼 증언할 내용 등에 대해 미리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참고인 진술을 청취하고도 기록화하거나 사건기록에 편철하지 않았다’고 당시 검찰 수사팀의 부적절한 수사 관행을 문제 삼고 그에 대한 대책을 내놓은 것입니다. 이런 감찰 결과가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까지 나온 한 전 총리 사건의 결론을 뒤집는 것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한 전 총리에 대해 (합동감찰에서) 실체적 판단이 없었는데 어떻게 구해지느냐. 한명숙 구하기가 아니다”라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15일 발언도 이런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됩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적어도 감찰을 통해 수사팀의 ‘직권남용’ 혐의까지 확인해야, 이른바 ‘뒤집기’를 시도해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 중견 변호사는 “적어도 감찰 결과를 통해 당시 수사팀의 ‘직권남용’ 정도까진 언급돼야 재심 요건에 해당돼 사건 ‘뒤집기에 나섰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괜히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난 사실 등) 아픈 내용만 다시 거론돼 한 전 총리 쪽 입장에서는 별다른 도움이 안 된 감찰”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감찰에 대해 “법무부가 이 사건을 지렛대 삼아 검찰 수사 관행을 개선하는 등의 ‘검찰개혁’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편에서는 이번 감찰을 통해 수사팀의 ‘모해위증 교사 혐의’가 설령 확인됐다고 하더라도,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2011년 기소된 한신건영 대표 고 한만호씨와 함께 수감됐던 재소자 최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의 위증이 법원 판결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긴 어려워, 재심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 장관 뒤 왼쪽부터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류혁 법무부 감찰관,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과천/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 장관 뒤 왼쪽부터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류혁 법무부 감찰관,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과천/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한명숙 사건 뒤집기’라는 주장의 근거는 당시 검찰 수사팀의 부적절한 수사관행을 법무부가 언급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번 합동감찰을 통해 처음으로 ‘한명숙 사건’을 둘러싼 검찰의 부적절한 수사가 문제 됐던 게 아닙니다. 2015년 8월, 한 전 총리가 한만호씨에게 3차례에 걸쳐 9억원을 받았다며 유죄를 선고(2013도11650)한 대법원도 소수의견을 통해 검찰 수사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당시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소수의견은 “공소외1(한만호씨)은 2010년 4월1일부터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가 이뤄진 이래 제1심 증인신문기일인 2010년 12월20일까지 70회 이상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합동감찰에서 법무부는 “한씨 등 총 4명이 검찰에 총 100여회 이상 소환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는데 그 중 대다수가 한씨의 검찰 출석이었던 겁니다.

대법원은 소수의견을 통해 이런 지적도 합니다. “그럼에도 2010년 4월4일부터 5월11일까지 피고인1(한 전 총리)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1회의 진술서와 5회의 진술조서만이 작성됐을 뿐 그 밖에 60회 넘게 검찰청에 출석했음에도 그동안 한씨가 어떤 조사를 받고 어떤 진술을 하였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아무것도 없다. (중략) 이는 수사기관의 진술증거 취득 과정을 투명하게 해 그 과정에서 절차적 적법성이 지켜지도록 하는 수사의 적법성 보장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중략) 검찰의 한씨에 대한 일련의 증거수집 과정이 수사의 정형적 형태를 벗어나 수사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그 과정에 허위가 개입될 여지도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얻어진 한씨 검찰진술은 그 신빙성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 한 함부로 믿을 것이 못 된다.” 정리하면, 70차례 넘게 한씨를 검찰이 불러 조사하고도 조서도 제대로 남기지 않는 등 ‘투명성이 지나치게 부족해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겁니다.

이번 합동감찰에서 지적한 부적절한 수사관행은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소수의견의 문제 제기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법무부는 “검찰이 일부 증인을 새벽 늦게까지 조사하는 과정에서 외부인과 자유롭게 접견할 수 있도록 하고, 증인 가족 가운데 수감 중인 이를 시설이 양호한 서울구치소에 있게 조처하는 등 부적절한 편의를 제공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로 인해 증인의 기억이 오염되거나 왜곡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법무부가 검찰의 부적절한 수사 관행을 막기 위해 내놓은 대안 가운데 하나도 대법원 소수의견이 지적한 ‘투명성 부족’에 대한 보완책입니다. 법무부는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 내용을 의무적으로 기록·보존하는 방법으로 면담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개선안을 이번에 내놓았습니다.

검찰의 잘못된 수사 행태를 비판한 대법원 소수의견도 “1차 정치자금 수수에 관한 부분은 객관적인 증거와 정황 사실에 의하여 그 신빙성이 뒷받침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명숙 전 총리가 뇌물 3억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법무부 합동감찰에서도 대법원 판결을 뒤집을만한 근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과거 검찰의 부당한 수사관행이 확인돼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방침을 내놓았을 뿐입니다. 합동감찰을 통해 ‘한명숙 사건 결론이 뒤집혔다’고 반발할 것이 아니라, 부적절한 수사관행을 반성하고 이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지금 검찰에게 필요한 필요한 덕목일 것입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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