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양을 추모하며 시민들이 두고 간 선물과 메시지 등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인 교사 가운데 60%가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사례를 접하고도 “신고를 망설였다”고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11일 교원단체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지난 6~10일 유·초·중·고·특수 교사 8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실시한 아동학대 관련 설문조사의 결과를 내놨다. 설문에 참여한 교사 가운데 84.8%가 초등학교, 유치원 교사였다. 결과를 보면, “아동학대 사례로 의심할 만한 사례를 목격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39.8%가 “가르치는 사례를 목격한 적이 있다”, 26.1%는 “근무하는 학교에서 학대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목격한 학대 유형으로는 “신체학대”(37%), “방임·유기”(32%), “중복학대”(15.4%), “정서학대”(13%), “성학대”(2.6%) 등이 꼽혔다.
그러나 “주양육자의 아동학대를 신고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없다”는 응답은 80.8%에 달했다. “아동학대 신고를 망설였다”는 교사가 60%에 달하기도 했다. 교사는 학교에서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인데,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사례를 목격한 비율에 견줘 실제로 신고한 비율은 낮은 것이다. 신고를 망설인 이유로, 교사들은 “신고 후 아동의 상황이 더 나빠질까 봐”(33.8%), “아동학대 유무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서”(32.5%) 등을 주로 꼽았다.
이에 대해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아동학대 신고 뒤 주양육자와 분리된 아동이 안전하게 학교 생활을 지속할만한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전국 76곳 아동학대피해쉼터에 수용 가능 인원이 1천명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쳐 신고를 하더라도 피해아동을 학교 근처의 쉼터로 옮기는 등 적절한 환경을 마련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또 지난 60여년 동안 민법에서 인정해온 ‘자녀 징계권’ 등을 앞세워 주양육자들이 신고를 무력화하는 현실도 문제로 지적했다. 실제로 “가해 주양육자의 위협”(14.1%)과 함께 “신고 후 진행 절차에 대한 불신”, “신고 이후 소송에 시달릴까 봐” 등도 신고를 망설인 이유로 꼽혔다.
이 때문에 “아동보호를 위해 개선할 점”으로, 교사들은 “신고 뒤 학대 주양육자와의 분리”(76.5%, 복수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다. 민법의 ‘자녀 징계권’은 지난 8일 법 개정으로 60여년 만에 없어졌고, 아동복지법 개정에 따라 오는 3월부터는 1년에 두 차례 이상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될 경우 아동을 보호자로부터 즉각 분리하는 조처가 가능해진다. 이밖에 “신고자의 신변 보호”(70.1%), “소송에 대한 신고자 보호”(55.8%) 등이 뒤따랐다. “복지 시스템 강화를 통한 학대 징후 가정의 조기발견”(35.4%)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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