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ㅣ김민아의 ‘초등 독서를 부탁해’
어른들은 필요에 의해서도 어떤 것을 선택하지만 아이들은 ‘재미’의 요소에 크게 좌우된다. 독서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책을 읽으라고 해도 실천하지 않는 아이들은 책의 맛을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자극을 줘야 한다. 그리고 책이 일상 속에 스며들어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내가 학교에서 한 활동 중 좋았으나 알면서도 잘 실천하지 못하는 방법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책 읽어주기’다. 어릴 때는 엄마와 아빠가 잠자기 전에 아이 곁에서 책을 읽어주곤 했는데 아이가 한글을 읽을 줄 알게 되면서 점점 책 읽어주기를 줄여나간다. 어릴 때 부모님이 책을 읽어주면 옆에서 관심 있게 잘 듣고 마음에 드는 책을 가져와 읽어달라고 조르던 아이가 지금은 책에서 멀어져 있다. 어릴 때처럼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이 달라지지 않을까?
실제 학교에서 나는 주기적으로 우리 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짧은 호흡의 그림책부터 두께가 있는 책까지 읽어준다. 책을 읽어주면 주의가 산만해지는 아이들이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굉장히 집중해서 듣는다. 평소 책을 읽기 싫어하는 아이까지도 조용히 읽어주는 책에 빠진다. 긴 책의 경우 앞부분만 조금 읽어주고 나서 그만 읽는다. 아이들은 뒷이야기가 궁금해 아쉬워한다. 참지 못한 아이들 몇 명이 도서관에서 그 책을 빌려 마저 읽고 친구들과 돌려 읽는다. 그렇게 독서가 시작된다.
가정에서도 어릴 때처럼 책을 읽어주자. 아이들은 부모님의 따뜻함을 느끼며 책에 몰입할 것이다. 책을 읽어주면서 부모의 경험을 나누는 것도 좋다. 전체를 다 읽어주지 않아도 된다. 앞부분만 읽어주고 뒷이야기가 궁금한 아이들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책의 재미를 살짝 보여줬으니 이제 스스로 움직일 것이다.
다음 전략은 ‘도서관 자주 가기’다. 요즘 지은 도서관에 가보면 다들 느끼겠지만 분위기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예전 도서관은 줄지은 책장과 빼곡히 꽂힌 책들이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냈다면, 이제는 책상과 의자, 책장부터 생동하는 느낌이다. 곳곳에 아이들이 숨어서 읽을 만한 틈새 공간이 많다. 미끄럼틀에서 놀 수도 있고 옹달샘처럼 파진 곳에 쏙 들어가 책을 읽을 수도 있다. 푹신한 빈백이 여기저기 놓여 있어 편하게 책을 보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이런 도서관은 어떤 느낌일까? 책을 좋아하게 하기 위해 도서관을 가고 싶게 만드는 것도 전략이다. 도서관이 놀이의 요소가 가미된 재미있는 공간이라면 아이들은 거리낌없이 도서관을 찾을 것이다. 처음에는 책을 읽지 않더라도 그 공간 안에 있다 보면 젖어들기 마련이다. 도서관을 오가며 책을 구경하고 책 읽는 사람을 보면서 아이들은 저렇게 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길 수 있다. 여기에 부모까지 함께 독서를 한다면 금상첨화다.
나도 우리 반 아이들을 데리고 주기적으로 도서관에 단체로 간다. 처음엔 관심 없고 장난도 치던 아이들이 10분만 도서관에서 책을 보면 뒷이야기가 궁금해 끝까지 보고 싶어 한다. 그냥 책을 많이 읽으라고 했을 때와 함께 도서관에 갔을 때의 도서관 대출 비율은 차이가 크다. 함께 가서 책 읽는 분위기도 느끼고 읽을 책을 골라보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아이들이 독서의 재미를 느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은 부모들이 바쁜 일상을 살고 있지만, 아이의 독서 습관을 길러주고 싶으면 책 읽는 환경에 많이 노출되도록 부모가 적극적인 자극을 줘야 한다. 책 읽어주기와 도서관 자주 가기가 그 시작을 만들어줄 것이다. 많이 읽어주고 많이 보여주자.
김민아 ㅣ 초등교사
※ ‘초등 독서를 부탁해’ 연재를 마칩니다. 김민아 선생님과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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