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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선행학습과 예습의 차이…개념 이해가 갈라

등록 2020-06-29 18:30수정 2020-06-30 09:21

연재ㅣ최수일의 ‘웃어라 수포자’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교사 의존과 암기 방식의 공부 습관이 몸에 배서 선행학습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여기까지 오면 어느 범위까지 학습 결손이 생겼는지 파악하기도 어렵다. <한겨레> 자료사진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교사 의존과 암기 방식의 공부 습관이 몸에 배서 선행학습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여기까지 오면 어느 범위까지 학습 결손이 생겼는지 파악하기도 어렵다. <한겨레> 자료사진

뜨거운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펄쩍 뛰쳐나가지만, 찬물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끓이면 개구리는 자신이 죽는 줄도 모르다 어느새 죽고 만다. 선행학습이 이런 게 아닐까? 대부분의 선행이 개념 중심 학습이 아니라 교사의 일방적 주입과 문제 풀이, 암기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교사 의존과 암기 방식의 공부 습관이 몸에 배서 선행학습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여기까지 오면 어느 범위까지 학습 결손이 생겼는지 파악하기도 어렵다.

선행학습을 하면 당장은 성적이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뿌리치기 어려운 달콤한 유혹이다. 학교에서 배우기도 전에 이미 온갖 문제 유형을 섭렵하고, 기술을 익혀 성적이 오르니 옳은 길로 가고 있다 착각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사교육업체의 마케팅과 옆집 엄마도 한몫한다. 옆집 아이도 하고 있는데 우리 아이만 뒤처지나 불안해하다가 성적이 조금만 떨어지면 곧바로 선행학습 학원을 찾는 것이 대한민국 부모의 현주소다.

선행학습이 대체 뭘까? 예습과는 어떻게 구별되는 걸까? 아직 명확하게 규정된 학문적 정의는 없지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선행학습을 ‘성인의 도움으로 6개월 이상의 진도를 미리 배우는 것’으로 정의한다. 6개월 이상의 진도라 할지라도 아이 스스로 공부해낸 것이라면 선행학습이라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인의 개입 여부다. 혼자 힘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단계를 성인의 도움을 받아 미리 공부하는 것은 예습이라고 보기 어렵다. 인지 발달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한 선행학습을 하게 되면, 학생 처지에서는 개념 이해보다는 무조건적인 공식 암기나 절차적인 문제 풀이 기술 위주로 학습 내용을 습득하게 된다. 공식을 암기하고 기술을 습득하면 개념적인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더라도 풀 수 있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어쨌든 문제를 맞혔으니 학생은 본인이 개념을 이해했다고 착각한다. 따라서 다음 문제에서 벽에 부딪히더라도 되돌아가 개념을 다시 복습해야겠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한다. 이미 배웠다고 생각하므로 학교에서 진행되는 선생님의 개념 설명 수업에 진지하게 참여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학습 결손이 일어날 경우 본인이 문제점을 자각하더라도, 이미 절차적인 학습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에 바로잡는 게 쉽지 않다.

선행학습은 명백한 한계가 있다. 중학교까지는 선행학습이 성적 상승에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지만, 이것은 선행학습도 그 나름의 공부를 한 것이기 때문에 공부 시간이 늘어난 효과일 뿐이다. 선행학습은 훨씬 복잡한 수준의 개념연결과 논리를 요구하는 고등학교 수학과 마주쳤을 때 탄탄한 개념 이해가 바탕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공식을 외우는 것으로 문제를 풀 수 없게 되면 아이는 수학을 싫어하게 되고, 결국 포기하고 만다. 눈앞에 보이는 성적 때문에 선행학습을 하게 되면 아이는 서서히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가 되는 것이다.

최수일 ㅣ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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