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관리와 시간 안배다. 먼저 학생에게 아침 기상과 함께 시작되는 일과를 되도록 자세하게 기록하라고 했다. 주말을 포함해서 1주, 2주, 3주 동안의 일상을 기록하게 되면 생활계획표가 짜인다. 게티이미지뱅크
“고3인 아이가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공부하겠다는데, 너무 늦지 않았을까요?” 이 질문에 ‘5월인데 이미 늦었으니 내년을 준비하시죠?’라고 답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답은 정해진 것 같은데, 고3 학부모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드디어 애가 철이 들었다고 기특하게 생각할까? 혹은 이제 와서 공부라니 차라리 지금부터 재수 준비를 하는 게 낫지 않나 하는 고민에 빠질까? 이 대목에서 학부모라면 학생이 평소 학업에 임하는 태도와 습관에 주목해야 한다. 모든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황 파악이다. 공부하겠다고 하는 자녀에게 칭찬하지 않을 부모는 없다. 다만 지금부터 남은 기간 의지를 갖고 제대로 공부할 수 있도록 어떻게 마음을 다독여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지난 입시에 합격한 학생의 사례를 살펴보자. ㄱ 학생은 한 지역의 대안학교를 다녔다. 모둠수업, 토론수업, 발표수업 등 학교 수업 방식을 잘 따랐고 수행평가 과정인 과목별 책 읽기와 독서토론, 독후감 쓰기도 매우 좋아했다. 언론인이 되겠다는 진로 목표에 맞춰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자신과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설득해 나가는 방법을 배웠다. 2학년 때 하계 농촌봉사활동에서는 평소 경험하지 못한 농작물 재배 실습을 통해 노동의 소중함을 동료와 함께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고3 1학기에 그동안 했던 교내활동을 마무리 짓고 수시 진학을 위한 대학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내신(교과)에 대한 압박을 심하게 받았다. 선택의 기로에서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3학년 1학기에 내신을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 올릴 수 있을지, 내신 향상을 위해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 필요했다. ㄱ 학생에게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 성적을 정량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학년별, 과목별, 성적 변화 등 전반적으로 정성 평가를 하기 때문에 3학년 1학기 최근 성적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3학년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국어와 영어, 사회 교과에 집중하는 전략을 짜고 성적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해보라고 조언했다. 예컨대, 1학년 국어 석차가 5등급이라도 3학년 1학기에 2등급으로 올리면 서류 검토에서 평균 3.5등급 이상의 긍정적이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즉, 3학년 때 받은 국어 2등급을 진짜 실력으로 본다는 것이다. ㄱ 학생은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과목별 학습전략을 촘촘히 짜서 ‘선택과 집중’ 학습을 했다. 전략은 통했다. 3학년 1학기 내신에서 국어 2등급, 영어 1등급, 사회 교과 3등급을 받았다. 자신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키며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 ‘인 서울’ 여대 국문학과에 수시로 최종 합격한 ㄱ 학생은 선택에 대한 믿음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합격의 원동력을 얻었다고 한다.
올해 고3인 ㄴ 학생의 사례로 넘어가 보자. 코로나19로 3월 개학이 무산되고 4월9일 온라인 개학을 했지만, 평소보다 더 시간 관리가 어려운 ㄴ 학생은 대입을 반 포기한 상태로 지내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해왔기 때문에 남은 3학년 1학기 학교생활이 매우 중요한데, 등교하지 못하니 대학 입시에 대한 초조함과 불안감만 점점 가중되고 있다. 아마도 현재 대부분의 고3 학생이 이와 비슷한 처지일 것이다. 지금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관리와 시간 안배다. 먼저 학생에게 아침 기상과 함께 시작되는 일과를 되도록 자세하게 기록하라고 했다. 주말을 포함해서 1주, 2주, 3주 동안의 일상을 기록하게 되면 생활계획표가 짜인다. 이 계획표에서 학습시간을 중심으로 부족한 과목의 시간을 늘리면 학습계획표가 되고 계획표대로 2~3개월 동안 실천한다면 성적 향상은 뒤따라오게 된다. 학생부종합전형이라도 3학년에서 여전히 중요한 것은 학업역량이다. 많은 고3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를 간과한 채 교내활동에 집중하거나 자기소개서 등 서류 준비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대입에서 학업역량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항목은 수업을 통한 교과성적 발달 상황의 내신(원점수 석차등급)뿐만 아니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행동 특성 및 종합의견, 자기소개서 1번 문항, 추천서, 면접 등 다양하다. 이 전형자료 중에서 지금 당장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내신 성적을 챙기는 것이다. 5월 중순 등교 개학과 함께 재개된 현장 수업과 학사 일정에 따라 실시될 3학년 1학기 정기고사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학생의 상황에 따라서는 틈틈이 자기소개서를 미리 써두고 고쳐 쓰거나 면접 준비를 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지금의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가장 애써야 하는 부분은 내신이다. 특히 올해와 같은 입시 상황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2학년까지의 학교활동이 주로 평가되면서 3학년 1학기 내신이 당락을 가르는 주요 잣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정량적이고 기계적인 점수만으로 학생부를 평가하지는 않겠지만, 평가요소를 잘 반영할 수 있는 내신은 학업역량을 파악하는 강력한 기초자료로써 이전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ㄴ 학생의 경우 당장은 기초 학업량이 많이 부족하지만 결과를 예단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고 하루하루 학습량을 늘리는 것이 올해 입시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시간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누가 유리하고 누가 불리한가? 모두 똑같다. 지금 시작하는 학생이 승자다.
이치우 ㅣ 입시평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