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내용을 정리하고, 문제풀이 등 과제까지 밀리지 않고 해내려면 하루를 꽉 채워 ‘올인’해야 해요. 학교였다면 친구들과 다른 사소한 일들에 신경 쓰느라 이렇게 집중하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코로나19가 가로막은 등굣길, 온라인 개학으로 각 가정에서 다시 시작된 학생의 하루에 대해 묻자 중학교 2학년 김하원양이 야무지게 답했다. 미리 맞춰둔 알람에 따라 일과를 진행한다. 스스로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리듬을 찾았다. 동생 신형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다. 신형이는 문자로만 의사 표현을 하는 일이 아직 낯설지만, 온라인 학습은 신기하단다. 고교 1학년인 맏이까지 한 지붕 아래 초·중·고등학교가 자리 잡은 셈이다. 어머니 이미화씨는 덕분에 집이 종일 시끌시끌하다며
“하원이가 거실에서 수학 공부를 하면 지나가던 큰아이는 ‘내가 중2 때 저걸 처음 배웠구나’ 하고, 막내는 ‘지금 내가 배우는 분수가 중학교에서는 저렇게 쓰이네’ 하면서 깨닫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집 거실에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과의 통합교실이 마련됐다. 마주 앉아 수업 중인 김하원 양(오른쪽)과 신형 남매. 독자 제공
경기 화성시 동탄의 중학교 1학년 김서윤양은 다양한 앱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편안한 집이다 보니 산만해지기 쉬워요. 교실에서 공부할 때처럼 바로 선생님의 지적이 날아오지 않으니 오히려 스스로 책임감이 커지기도 해요.” 수화기 너머 소감을 말하는 목소리가 경쾌하다.
“빨리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직접 만났으면 좋겠어요!”
경기 동탄시의 김서윤 양은 ‘편안한 집이라 산만해지기 쉽다’는 생각에 컴퓨터가 있는 방에 ‘랜선 교실’을 마련했다. 독자 제공
지난 1월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약 석 달의 시간이 흘렀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바이러스와의 싸움 속에서 우리 사회는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여러 우회로를 찾아내고 있다. 온라인 개학은 그 수많은 도전 중 하나다. 불가능한 여러 이유와 불편 앞에서 멈추지 않고 가능성에 집중해 그 영역을 넓혀가는 모습은, 한국전쟁 직후 포탄을 피해 모여들었던 임시 수도에 세운 천막교실을 떠올리게 한다. 독자들이 보내온 각 가정의 온라인 수업 공간 사진을 모아보았다. 저마다의 개성과 환경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교실 밖 교실이다.
‘온라인 개학’을 맞은 초중고 학생들의 가정 안 학습공간을 보여달라는 요청을 받은 독자들이 보내준 사진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나 다양한 계획표, 조명을 낮추는 등 집중력 향상과 동기부여에 도움을 줄 요소들이 눈에 뜨인다. 독자 제공
공간이 잠시 바뀌었을 뿐, 단순한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협력을 통해 학생의 전인격적 성장을 돕고자 하는 교육의 본령이야 흔들릴 리 있겠는가. 다만 시대와 상황에 따라 교육의 장소와 수단이 달라질 뿐이다. 새로운 경험치를 획득한 아이들이 다시 돌아올 내일의 교실은 분명 어제와 다를 것이다. 잠시 숨죽인 저 빈 교실 위로 미래 교육의 달라질 풍경과 지켜가야 할 가치를 그려본다.
6.25전쟁으로 피란수도 부산의 인구가 갑자기 늘어났다. 교실이 부족해지자 급조한 천막교실에서 수업해야 했던 부산시 초량동 항도초등학교의 당시 모습. 국가기록원 제공
학생들이 등교하지 못하는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 교실. 뒷쪽의 솜씨 자랑 게시판도 텅 비어 있다. 학생들의 다양한 개성과 열정으로 채워질 내일의 교실을 기대한다. 이정아 기자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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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24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