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ㅣ김민아의 ‘초등 독서를 부탁해’
우리 반은 아침 시간을 ‘책 읽는 시간’으로 정했다. 학교에 오면 자리에 앉아 교과서 정리를 하고 책을 읽는데, 어찌나 조용한지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소리, 의자 끄는 소리도 미안할 정도다. 아이들은 각자 책에 빠져들어 눈을 떼지 못한다. 혼자 씩 웃는 아이도 있고 슬픈 내용이 나오는지 심각한 아이도 있다. 몰입해 있는 아이들을 보면 흐뭇하고 예쁘다. 모두들 책 읽기의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 수업 시작종이 치면 어떤 아이들은 책이 서랍에 들어가기까지 눈을 못 뗀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면 안 되냐는 아이도 있다.
내가 1년 동안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 바로 아침 시간의 독서다. 정리되지 않는 독서 분위기와 자리 잡지 못한 독서 습관을 세우는 데는 꾸준함이 답이다. 나는 매일 독서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내가 읽은 책을 이야기하고, 독서하자고 격려한다. 그리고 같이 아침에 책을 읽는다. 언제까지? 될 때까지!
전혀 책에 관심 없고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아이도 끊임없는 독려와 인내심을 가진 지도에는 반드시 움직인다. 체육을 좋아하는 아이들 중에 책과 전혀 친하지 않은 아이들이 있다. 그런 아이들은 축구·운동을 주제로 한 책을 권하면 흥미로워하며 책 읽기를 시작한다. 좋아하는 주제부터 시작해서 점차 책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하면 된다. 흥미로운 주제는 누구나 있다. 추천도서나 명작만이 독서의 대상이 아니다. 친근한 주제, 읽고 싶은 책부터 시작하면 된다. 독서의 범위는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습관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매일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 이것이 습관이 되었을 때 아이들은 책을 통해 작가의 생각이나 다른 세상과 연결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 몰입하는 즐거움, 배움의 쾌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은 아이들이 앞으로 세상의 수많은 지식과 지혜를 자기 주도적으로 배우고 키워나가는 데 초석이 될 것이다.
내 아이가 책을 읽기를 누구나 바란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고 책을 들기를, 게임에서 빠져나와 배움에 시간을 쏟기를. 하지만 책을 읽게 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지도와 정성이 필요함에도 그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내 아이의 독서교육을 학교와 학원에만 맡겨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내 아이의 특성을 가장 잘 아는 것도 부모고 지속적인 지도를 할 수 있는 것도 부모다. 학교에서는 담임교사가 해마다 바뀌고 교사마다 교육관이 다르고 지도방식이 달라 지속적이기 어렵다.
가정에서 아이와 함께 꾸준히 책읽기를 시작하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제의 책을 보고 고를 수 있도록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자. 부모가 함께 읽으면 효과는 배가 된다. 주변 사람들이 책을 읽는 분위기면 그곳에서는 책 읽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린다.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변한다. 하루 20분 독서를 통해 책의 맛을 아는 아이로 거듭나게 하자.
김민아 ㅣ 초등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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