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공보물 ‘자습’만 하다가 투표치르게 생긴 18살

등록 2020-04-14 04:59수정 2020-04-14 20:15

당국 ‘교실 정치화’ 우려 소극적
코로나 개학 연기까지 겹치며
모의투표·공약 분석 등 체험할
선거교육 한번 없이 투표장으로
13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열린 한 정당 후보자의 거리유세에서 한 참석자가 ’18세이후 첫투표 응원합니다’문구를 들고 투표 참여를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열린 한 정당 후보자의 거리유세에서 한 참석자가 ’18세이후 첫투표 응원합니다’문구를 들고 투표 참여를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15일 생애 첫 투표에 나서는 학생 유권자들이 결국 제대로 된 선거교육 한번 받지 못하고 투표장에 간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개학 연기에다 ‘교실 정치화’ 논란을 의식한 교육당국의 소극적 대처가 더해져 ‘18살 유권자 탄생’이라는 애초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선거권을 갖게 된 만 18살 ‘새내기 유권자’는 53만여명, 이 가운데 학생 유권자는 14만여명이다. 지난 11일 아버지와 함께 집 근처 동사무소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경기 안산동산고등학교 3학년 서아무개(18)군은 “기표소를 나오자 비로소 어른이 된 것 같았다”면서도 “후보를 잘 알고 찍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15일 투표를 앞둔 같은 학교의 김원재(18)군은 “공약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투표했다가 되레 나의 한 표가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입시공부 하는 시간을 쪼개 두꺼운 공보물 더미를 뒤져봤지만 “후보들의 공약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선거를 앞두고 학교에서 선거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서군은 “학교에서 자율활동 시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서 만든 동영상을 보라고 안내했지만 ‘투표의 의미’ 같은 뻔한 내용이었고 그마저도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보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선관위가 보낸 홍보 문자 안내에만 그친 학교들도 있다.

교육부는 지난 1월 초 “관련 교과 및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선거교육 교수·학습자료를 개발해 고등학교의 선거교육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면서 여태껏 시행하지 않았다. 교육당국은 코로나19라는 변수를 강조하지만 전문가들은 ‘모의선거교육 좌초’라는 또 하나의 변수가 큰 ‘악재’가 됐다고 지적한다.

모의선거교육은 실제 후보·정당을 대상으로 공약 분석 등을 진행해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모의투표에 나서는 과정 전체를 말한다. 모의선거교육을 경험해본 학생들은 “‘정책 선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고 현실 정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도선고 3학년 조희영(18)양은 “이전에 모의선거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아예 투표하러 가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양은 2018년 학교에서 서울시교육감 모의투표를 했던 일을 떠올리며, 당시 경험이 후보자를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배경내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온라인 개학을 한 만큼 교사들이 원격으로라도 선거교육을 할 수 있을 텐데 교육부가 논란을 의식해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 같다”며 “청소년 유권자가 정치적 효능감을 맛볼 수 있도록 공약이 정책으로 이어지는 전체적인 과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영상] 윤 ‘부적절 골프 의혹’ 골프장 직원 신상, 경찰 ‘영장 없이 사찰’ 논란 1.

[영상] 윤 ‘부적절 골프 의혹’ 골프장 직원 신상, 경찰 ‘영장 없이 사찰’ 논란

‘윤 퇴진 집회’에 경찰 이례적 ‘완전진압복’…“과잉진압 준비” 비판 2.

‘윤 퇴진 집회’에 경찰 이례적 ‘완전진압복’…“과잉진압 준비” 비판

이재명 선고 나오자 지지자 기절하기도…구급대도 출동 3.

이재명 선고 나오자 지지자 기절하기도…구급대도 출동

찬성 272명 vs 반대 이준석…‘딥페이크 위장수사 확대’ 국회 표결 4.

찬성 272명 vs 반대 이준석…‘딥페이크 위장수사 확대’ 국회 표결

이재명 ‘선거법 위반’ 1심 징역 1년에 집유 2년...의원직 상실형 5.

이재명 ‘선거법 위반’ 1심 징역 1년에 집유 2년...의원직 상실형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