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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모의투표 불허는 청소년 참정권 과다 규제”

등록 2020-02-13 04:59수정 2020-03-23 09:59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토론회]

청소년 당사자들, “참정권 더욱 확대하라…
‘직업 정치’에 갇혀 청소년 권리 억압이 문제”
더 폭넓은 ‘청소년 참정권 보장’ 요구
일각서 ‘학교 내 정치활동 금지’ 거론
선관위는 ‘법 위반’ 앞세워 모의투표 불허
청소년·교육·인권 등에 관련된 시민사회단체가 꾸린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2020년, 정치하는 청소년이 온다! -국회는 우리의 목소리를 공부하라’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교실 정치화 논란과 18살 선거권 이후의 학교', `청소년의 선거운동, 정치활동의 자유 보장', `2020년 총선, 청소년 유권자를 위한 정책' 등을 주제로 조별 토론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청소년·교육·인권 등에 관련된 시민사회단체가 꾸린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2020년, 정치하는 청소년이 온다! -국회는 우리의 목소리를 공부하라’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교실 정치화 논란과 18살 선거권 이후의 학교', `청소년의 선거운동, 정치활동의 자유 보장', `2020년 총선, 청소년 유권자를 위한 정책' 등을 주제로 조별 토론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청소년은 이미 정치적인 존재이고 오랫동안 실제로 정치적인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렇게 ‘교실의 정치화’가 우려된다면, 학교에서는 무엇 때문에 ‘정치와 법’ 과목을 가르치고 학생회 선거 등을 하게 하나요?”

“정치는 단지 어느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필요한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청소년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으려면 오히려 ‘교실의 정치화’는 더욱 필요한 과제입니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해온 학교 내 모의선거 교육을 선거법 위반이라며 사실상 ‘불허’했다. 자유한국당·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은 학교 내 정치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주장하는 등 ‘교실의 정치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 청소년 당사자들로부터 “청소년 참정권에 대한 과도한 금지·규제”라는 반발이 나왔다.

청소년 참정권 운동을 펼쳐온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12일 국회에서 연 ‘2020년, 정치하는 청소년이 온다!’ 제목의 토론회에서 50여명의 청소년 참가자들은 “교실의 정치화가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 참정권을 가로막는 것이 문제다. 교실은 더 정치화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회에서 청소년들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교실의 정치화’ 우려에 “별다른 근거나 논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고등학생 이성음(17)은 “‘미성숙하다’, ‘학업이 먼저다’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과연 나이만을 기준으로 성숙의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인지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고등학생 참가자는 “역사적으로 모든 사회운동에서 청소년의 참여가 빠지지 않았는데, 이들에게 정치적 기본권을 주지 않겠다는 것은 그저 ‘가만히 있으라’는 일방적인 강압일 뿐”이라고 말했다.

학교 내 청소년의 정치권을 가로막으려는 시도들이 선거법 위반 여부 등 오직 ‘직업 정치’만을 고려하는 데에서 비롯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선관위는 학생의 선거권 유무와 관계없이 교육청·교원 주도의 모의투표를 불허했다. 선관위는 자신들이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처럼, 실제 정당·후보자가 아닌 역사 속 인물 등 가상의 정당·후보자를 대상으로 하면 선거법 위반의 우려가 없다고도 밝혔다. 자유한국당 등이 주장하는 ‘교실의 정치화’ 우려에도 학교는 현실 정치를 기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에 대해 고등학생 장아무개는 “‘정치와 법’ 과목을 가르치고 학생회 선거도 치르게 하면서, 정작 중요한 실제 삶에 대해서는 침묵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청소년 활동가는 “권리를 요구하는 행위가 정치이고, 때문에 사람은 누구나 정치적이다. 직접 투표를 해보는 것은 최고의 민주시민교육”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청소년이 요구하는 것은 학교에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학교에서 더 폭넓은 참정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소년·교육·인권 등에 관련된 시민사회단체가 꾸린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2020년, 정치하는 청소년이 온다! -국회는 우리의 목소리를 공부하라’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조별 토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청소년·교육·인권 등에 관련된 시민사회단체가 꾸린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2020년, 정치하는 청소년이 온다! -국회는 우리의 목소리를 공부하라’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조별 토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배경내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청소년 역시 시민으로서 자신의 삶과 연관된 정치활동을 보장받아야 한다. ‘교실의 정치화’ 우려, 현실 정치를 기피하려는 모의투표 불허 등 구시대적인 발상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이날 “선거연령 하향과 청소년 참정권 확대 의의를 훼손하려는, 18살 선거권 시대에 역행하는 일련의 문제적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각 정당 원내대표들과 면담을 갖고 국회가 입장을 표명해주길 요구했다. ‘학교 내 정치활동 금지’처럼 청소년 참정권을 제한하는 방향이 아니라, 선거운동 연령(만 18살) 제한 폐지, 피선거권 연령(만 25살) 하향 등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이 정비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징검다리교육공동체, 한국와이엠시에이전국연맹,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등 청소년·교육 관련 단체들은 13일 오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해, 모의선거 교육 불허를 철회해달라고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할 계획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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