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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부모들 희망고문 1년째”…결국 해 넘긴 ‘유치원 3법’

등록 2020-01-01 13:47수정 2020-01-02 02:37

국회 처리 불발에 학부모단체들 반발
박용진 “이대로 폐기될 수도 있어 참담”
연초 임시국회서 통과 여부도 불투명
2019년 12월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경기 동탄지역 학부모들이 유치원 3법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12월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경기 동탄지역 학부모들이 유치원 3법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을 보장하고 처벌을 강화하도록 한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해를 넘기면서, 1년 넘게 관련 입법을 기다려온 학부모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대로 가다가는 법안이 자동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1일 ‘아이가 행복한 사회적협동조합’의 이원혁 이사는 “학부모들이 1년 넘게 ‘희망고문’을 당하는 사이, 비리 유치원들은 이제 무서울 게 없게 됐다”며 “정치인들은 늘 아이들을 위한 법안이 중요하다고 말해왔지만 정작 행동으로 뒷받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자체적으로 유치원 3법을 준수하며 운영하는 협동조합유치원 설립을 준비 중인 그는 “정치의 공백을 학부모들의 땀과 노력으로 메운다면 누가 국회를 바라보면서 희망을 이야기하겠냐”고 꼬집었다. 지난 26일은 유치원 3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법안)에 오른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는데, 이제 패스트트랙이라는 단어조차 무색해졌다는 반응이다.

유치원 3법은 국회 처리 과정에서 유독 걸림돌이 많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김한메 전국유치원학부모협의회 대변인은 “유치원 비리를 근절하고 아이들 밥상을 제대로 마련하자는 데 진보, 보수가 따로 없을 텐데, 유치원 3법이 정쟁의 희생양이 되면서 학부모들의 진을 빼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영리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조성실 활동가도 “대한민국의 수준이 아이들의 기본적인 안전에 대한 논의조차 진전시키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반발했다.

유치원 3법 발의를 주도했던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가 1년 넘게 유치원 3법을 방치하고 있는 동안 유치원 비리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당시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8년 10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감사에 적발된 사립유치원이 895곳, 비리 금액은 422억원에 이른다. 이는 그 이전 5년간 감사로 적발된 사립유치원 비리 금액 382억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박 의원은 “지금 법안 처리를 주도하는 4+1 협의체에서도 유치원 3법의 통과는 담보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모든 국회의원들이 총선에 몰두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이대로 20대 국회가 종료되고 유치원 3법은 자동 폐기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르면 오는 3일이나 6일 임시국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연초 국회 통과가 가능할지도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본회의가 열리면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을 먼저 상정할 방침이다. 김한메 대변인은 “유치원 3법을 먼저 표결에 부쳐야 한다”며 “마지막까지 아이들 교육 문제를 당리당략의 희생양으로 삼는다면 넉달 남은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여부도 변수다. 일단 필리버스터를 하게 되면 표결 순서와 상관없이 법안 통과가 더 어려워질 수 있는 탓이다. 교육부 수장인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3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연초 임시 국회에서의 유치원 3법 통과를 위한 여야의 초당적, 전향적 협의를 요청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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