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에서 2020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한국경제 허문찬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도는 2년 반 동안, 교육정책은 쳇바퀴처럼 ‘정시 확대’에만 머물고 있는 셈이다.”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이 발표된 28일, 한 교육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발표는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시작된 ‘교육개혁’ 논의의 일단락이다. 그러나 더 길게 보면, 정시 확대라는 결론으로 끊임없이 되돌아가는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의 현주소도 함께 보여준다.
정시 확대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꾸준히 교육정책의 핵심을 차지해왔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그 배경에 있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정시 확대가 모든 교육정책을 빨아들이는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긴 힘들다. 한쪽에서는 문재인 정부 안에 정시 확대를 추구하는 흐름이 계속 있었다고 의심한다. 김상곤 전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시절의 정책 결정 과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집권 초기부터 청와대를 중심으로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메시지가 꾸준히 있었다”고도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초창기, 교육부가 추진했던 ‘수능체제 개편’이 1년 유예된 대신 2022학년도 대입제도를 개편하는 안이 급부상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국가교육회의 공론화’를 결정했는데, 당시 공론화위원회가 설정한 네 가지 의제 가운데 1안이 바로 “수능 위주 전형에서 45% 이상을 선발한다”는 정시 확대 안이었다. 그러나 공론화 결과, 1안에 대한 지지와 “정시 비중을 대학 자율로 맡긴다”는 2안에 대한 지지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런 결론을 받아든 정부는 “정시 비율 30% 이상 확대 권고”를 핵심 내용으로 삼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올해 ‘조국 사태’를 계기로 삼아 정부는 또다시 정시 확대 카드를 빼들었다. 마치 지난해 공론화 과정을 교훈으로 삼은 듯, 대통령이 나서서 “정시 확대”를 주문했고 당·정·청이 특별위원회까지 꾸리며 ‘밀실 개편’에 ‘속도전’까지 펼쳤다. 그 과정에 청와대와 교육부가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도 나왔다. “무리하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정부는 결국 지난해 30%에 그쳤던 정시 비중의 하한선을 40%까지 끌어올리는 결론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 산하 교육공정성 강화를 위한 특별위원회 논의 과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교사단체 등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교육적 판단이 아니라 정무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름 밝히길 꺼린 한 교육학자도 “문재인 정부가 특목고·외고·자사고, 서울·경기 지역에 유리한 정시 확대에 이렇게도 목을 매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지난 27일 논평을 내 “정시 확대를 두고 청와대와 교육부의 ‘엇박자’가 있었다는 시선이 많고 정치적 접근이 교육적 접근보다 우위에 있었다는 관측이 있는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끌어낸) 의사 결정에 누가 관여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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