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개학 연기 투쟁에 나선 4일 오전 서울 도봉구 지현유치원에 시정명령서가 붙어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4일 오전 9시 서울 노원구 상계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앞. 이 유치원은 개학을 연기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의 원아들이 긴급 돌봄을 받도록 지정된 공립 유치원이다. 인근 원암유치원 소속 원아 5명이 긴급 돌봄을 받으러 올 예정이었지만, 원암유치원은 이날 오전 8시50분 갑자기 개학 연기를 전격 철회했다. 이 때문에 원아 5명은 다시 원암유치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같은 시간 노원구 수암초등학교 병설유치원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도 원암유치원 원아 5명이 긴급 돌봄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학부모와 유아는 나타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 북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원암유치원이 개학 연기를 철회해서 원아들은 원래 유치원으로 정상 등원한다”고 말했다. 급히 개학 연기를 철회한 원암유치원 관계자는 “유치원을 정상 운영한다”며 “개원 준비하느라 바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학 연기를 선언한 사립유치원이 몰려 있는 서울 노원구와 도봉구 쪽 유치원들이 속속 개학 연기를 철회하고 나섰다. 교육부와 시교육청이 시정명령을 하고, 곧바로 고발 계획까지 밝히면서 사립유치원들이 막판에 입장을 선회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립유치원이 4일 오전에야 개학 연기 철회 사실을 밝히면서 학부모들은 여전히 돌봄 혼란을 겪었다.
이날 오전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지현유치원도 막판에 개학 연기를 철회했다. 오전 10시 지현유치원에 도착한 시교육청 북부교육지원청 임경진 장학사는 “유치원으로 오는 길에 지현유치원 쪽에서 개학 연기 철회 입장을 교육지원청에 밝혔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지현유치원은 문을 열지 않았다. 임 장학사와 시교육청 관계자 등은 현장에서 지현유치원 원장 등을 만날 수 없었다. 유치원 출입문을 흔들고 벨을 2번 눌렀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들은 대신 유치원 정문에 “지현유치원이 개학을 불법 연기하고 있다”며 “유아교육법 제30조 규정에 따라 5일 오전 9시까지 시정을 명하니 적극 협조하기 바라며, 기한 내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즉시 형사고발 조치가 가능함을 안내 드린다”는 ‘시정명령서’를 부착했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동화나라 유치원도 막판에 개학 연기를 철회했다. 이 유치원에 손주를 등원시킨 김아무개(67)씨는 “사흘 전쯤 애들 엄마한테 개학을 연기한다는 문자 메시지가 왔다. 그러다가 3일 오후 4~5시쯤 개학 연기를 철회하고 정상 등원한다고 연락을 받았다”며 “문을 안 연다고 했을 때 엄청 걱정을 했다. 우리는 그나마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지만 없는 애들은 어떨까 싶다. 애들을 볼모로 잡는 것 같아서 너무 속상했다”고 말했다. 5살 아이 학부모 이아무개(43)씨도 “3일 오후 개학 연기를 철회하고 정상 등원한다는 얘기를 듣고 아이를 입학시키러 왔다”며 “유치원이 자꾸 이렇게 개학 연기하고 그러면 아무리 교육을 잘 시켜도 당장 애들을 못 돌봐주는 거 아니냐. 정상등원한다고 해서 일단 보냈지만 앞으로도 이런 일 생긴다면 그냥 유치원 안 보낼 생각이다. 조금 큰 어린이집으로 옮기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라고 밝힌 학부모 김아무개(36)씨도 “개학 연기 통보를 받았을 때 너무 당황스러웠다. 맞벌이라 개학이 연기되면 그냥 자체 돌봄을 하는 수밖에 없다”며 “3일 저녁쯤에 개학 연기를 철회하고 정상 등원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장 점검을 나온 북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동화나라 유치원은 원아들이 정상 등원했다”며 “이 근처 유치원에 모두 다니면서 정상 등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담은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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