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들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한유총이 총궐기대회에 교사를 강제로 동원하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정치자금법상 한도 이내로 여러 번에 걸쳐 돈을 나눠 지급하는 이른바 `쪼개기 후원'을 하려고 했다는 의혹에 대해 실태조사에 나섰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 강화 방안을 막기 위한 헌법소원 등에 학부모들이 낸 유치원비로 조성된 회비 수억원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사립유치원 원장과 교사 등의 정치 후원이 현행법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유치원 3법’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후원 독려를 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16일 <한겨레>가 입수한 ‘한유총 수입·지출 현황 문건’을 보면, 지난해 한유총의 전체 수입은 9억7천여만원으로 연합회비 6억2천만원, 기타 수입이 2억3천만원이었다. 회비는 지난해 3548명의 회원들이 낸 20만원씩의 연회비, 기타 수입은 현안 발생 때마다 걷는 특별회비와 후원금인 것으로 보인다. 한해 전 쓰고 남은 돈이 1억2천만원 정도였다.
지출 내역을 보면, 한유총은 정부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저지하는 헌법소원 등으로 2억4천만원을 썼다. 지난해 2월 교육부가 유치원 회계투명성을 강화하는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개정안’을 시행한 데 대한 맞대응이었다. 한유총 회원들이 창립한 한국유아정책포럼은 국회의원을 포함해 수백명이 참석한 대규모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엔 한 법무법인을 통해 “사립유치원을 국공립이나 법인 유치원처럼 취급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마련해 공개한 바 있다.
한국유아정책포럼은 ‘2000여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설립한 유아교육 연구단체’로 소개돼 있는데, 초대 회장이 현재 이덕선 한유총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다. 한유총이 유치원법 관련 헌법소원을 추진하기 위해 이 위원장을 통해 한국유아정책포럼을 지원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11일 대의원 총회에서 한유총 새 이사장에 선출됐지만, 등록기관인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했다. 시교육청은 한유총의 부적정한 정관과 회계,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2일부터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문제는 한유총이 유치원 개혁에 맞서 소송과 토론회에 쓴 돈이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 주머니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한유총 쪽은 한해 10억원에 이르는 회비가 ‘유치원 교육비에서 나오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 비대위원장은 앞서 학부모 간담회에서 ‘한해 수백만원에 이르는 한유총 회비가 유치원 회계에서 나간다’는 지적에 대해 “연합회비를 앞으로도 유치원에서 낼 것”이라며 “사비로 내는 건 말이 안 되고, 그게 다 교육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이 비대위원장에게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또 한유총은 사립유치원 원장과 교사 등의 정치 후원이 현행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알고도 더불어민주당의 ‘유치원 3법’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 후원을 독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유총은 6·13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5월14일 회원들에게 알린 ‘선거법 위반과 관련된 유의사항’이라는 문서에서 “사립유치원 교원의 경우 사립학교법 규정에 의해 자격이나 복무에 있어 공무원과 같은 지위를 갖게 돼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유총은 ‘유치원 3법’을 막기 위해 자유한국당 의원을 비롯한 7명의 국회의원에게 입법로비 성격의 후원을 독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지난달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의 집중 후원을 인정한 바 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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