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시교육청 연수원서
현장사례 나눔 등 다양한 세션 진행
교사부터 학생까지 400여명 참여
“‘민주시민’ 의미 다시 살펴보게 돼”
지난 11월10일 서울시교육청 교육연수원에서 ‘제1회 학교민주시민교육 포럼’이 열렸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맨 뒤 왼쪽 여섯째부터), 양상우 <한겨레> 대표이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참가자들이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지윤 기자
“학교에서는 왜 ‘정치적인 것’을 나쁘다고 가르치나요?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나 자신의 생각부터 가정과 학교, 사회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의 모든 것이 정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공교육 과정에서 민주시민 양성을 위한 정치 개념을 제대로 가르쳐줬으면 해요.”
지난 11월10일 오후 3시20분. 서울시교육청 교육연수원(이하 연수원)에 모인 광주 운남고등학교 이민정 학생 등이 ‘학생자치활동 우수학교 사례발표’에 이어 ‘정책제안 및 토의’ 시간에 자유발표를 진행했다. 이날 열린 ‘제1회 학교민주시민교육 포럼’(이하 포럼)에는 전국 시·도교육청 관계자, 교사, 전국에서 모인 학생 기획단 등 4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채식급식제’ 등 정책 제안 내본 학생들
특히 이번 포럼에는 학생 세션이 독립적으로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다른 교육 관련 포럼이나 행사 등이 청소년들에게 ‘일부 참여’ 정도의 권한만 주었다면, 이날 포럼은 ‘학교 속 민주시민, 우리들의 자치활동 이야기’를 주제로 전국에서 모인 중·고교생들이 직접 발제했다.
학생기획단(이하 기획단) 2부 행사는 오후 3시20분부터 5시까지 이어졌다. 포럼 주제가 ‘학교 민주시민교육’인 만큼 세미나에서는 학생 인권과 자치, 혁신교육 관련 내용이 많았다. 기획단은 포럼 성격에 맞게 또래 친구들을 대상으로 정책 제안 공모전도 진행했다.
박나영 부산 부경고 1학년 부회장은 “홍보, 공연팀 섭외, 민주시민교육 소책자 만들기, 재정 관리, 기념품 준비까지 모두 우리가 도맡아 했다. 학생 세션이 당당하게 자리잡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 무척 뿌듯했다”며 “학교민주시민교육 포럼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민주시민교육’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기획단에 참여한 학생들은 각 학교에서 학생회장 등을 맡고 있기도 하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학생 자치와 참여’는 이제 일부 학생회 임원들 만의 영역이 아닌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학생회와 비학생회’라는 묘한 구분과 위계 관계가 있었는데, 이제는 ‘1인 1표의 권리’처럼 학교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분위기가 정착했다.
학생들 스스로 학교 울타리 안팎의 문제를 찾아내고 고민해볼 수 있는 참여의 장이 앞으로도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많았다. 최지아 부산 부경고 2학년 학생은 “학생 자치와 민주시민교육이 다른 게 아니다. 내가 학교 ‘인권부’에서 어떤 활동을 기획하고 해냈는지를 공유하고 피드백 받을 수 있는 이런 공론장이 앞으로도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주제로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애들이 뭘 알아?”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아요. ‘교복 입은 시민’으로서 그 누구보다, 때로는 어른들보다 더 많이 정책을 살펴보고 공부하고 있어요. 우리가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주체로 설 수 있는 자리가 많아지면 학생 자치활동도 더불어 활발해지지 않을까요?”
학생 세션 마지막을 장식한 정책 공모전 결과 발표를 보면, 요즘 청소년들이 ‘학교와 교육’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다. 기획단이 직접 구성·제작한 정책 제안 자료집을 보면, ‘교육 참여위원회 신설’(김민준, 조윤하) 등 학생 시선에서 본 다양한 교육 정책 아이디어가 담겨있다. 특히 현재 공교육 현장에서 진행하는 성교육 방식의 획기적 개선, ‘비건’(vegan, 채식주의자)을 위한 채식급식제 도입 등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교육정책 제안들도 포럼 참가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눈길 끈 교육현장 사례 중심 발표
이날 오전·오후 나눔에서는 현직 교사들의 발제가 활발하게 이어졌다. 특히 허진만 학교시민교육 전국네트워크 대표는 서울과 경기, 충남, 경남 사례를 중심으로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현황을 발표했다.
경기도는 학교 현장의 민주화 관련 ‘혁신학교 운동’을 가장 먼저 시작한 지역으로, 지난 2009년 당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공약이 뿌리가 됐다. 올해 3월 현재 경북, 대구, 울산, 대전을 제외한 전국 단위 1340개 학교로 확대한 혁신학교는, 지난 10년 동안 양적 팽창만큼이나 활발한 논의와 연수, 연구가 이어졌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2013년부터 민주시민교육과를 설치하고 학교 민주시민교육 기본계획을 운영해왔다.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이라는 이름의 시민교육 교과서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발·보급했고 시민교육 아카데미 교사 연수를 시행하는 등 자타공인 ‘민주시민교육 선두주자’로 불린다. 허 교사는 “특히 교복선정위원회 등 학생들이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위 학교뿐 아니라 경기 수원시, 오산시 등 지역 학생자치활동 성장사례 나눔도 활발하다. 지역별 초 1교, 중 1교, 고 1교 등 전체 75개교에서 학생자치활동 중심학교를 운영하며 민주시민교육 내실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 ‘귀에 걸고 코에 거는, 아주 쉬운 시민교육 이야기’를 발제한 임미은 선일중학교 교사는 “민주시민교육은 교과와 비교과 영역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융합할 수 있다. 영어와 수학은 물론 체육, 미술, 방과후 수업 등 모든 영역에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비교과에서는 다양한 식문화 체험을 통한 세계시민교육을, 수학과에서는 통계 단원과 연계한 시사 비평문 쓰기 등이 가능하다. 임 교사는 “학생들은 우리 때와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에 살고 있다. 교사들의 부단한 ‘업데이트’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직생활을 할수록 민주시민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합니다. 체계적인 과정을 마련해 공교육 12년에 걸친 민주시민교육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김지윤 <함께하는 교육> 기자 kimjy13@hanedui.com[관련 영상] 2018 학교민주시민교육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