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감사에서 비리 혐의가 적발된 유치원이 소명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유치원 출입을 금지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덕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유치원으로, 이 유치원은 지난 19일에도 ‘취재진이 몰렸다’는 이유로 학부모간담회를 일방 취소한 바 있다.
경기도 ㄹ유치원의 이사장인 이덕선 위원장은 22일 이 유치원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의 교육에 피해가 없도록 학부모들의 협조를 기대한다”며 “당분간 학부모님들의 유치원 건물 내부 출입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위원장은 “그것에 동의하지 못하는 학부모님들은 자녀를 데려가셔도 좋다”며 “서로 불신하는 가운데 교육하는 것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ㄹ유치원의 학부모간담회가 ‘정치세력’과 결부돼 정치적 이슈로 변질될 것을 우려해 간담회를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학부모님 중 어떤 분이 여러 언론사에 취재 오도록 요청하여 학부모설명회가 정치적인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설명회를 취소했다”며 “유아교육은 정치세력과 결부되면 옳지 않다고 생각하며 외부세력이 들어와 조정하는 현상에 깊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학부모간담회를 열겠다던 이 위원장은 “몇몇 부모들이 간담회에 대한 정보를 방송, 언론사에 전해 아침부터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며 “ㄹ유치원에 대한 무분별한 폭로가 돼 공정한 보도가 기대할 수 없고, 대외적으로 악용될 것”이라며 예정된 간담회를 취소했고, 이날 유치원 앞에 모였던 학부모들은 새벽 1시까지 간담회를 요구하며 유치원 앞을 지켰다.
이 위원장은 ㄹ유치원에 대한 감사가 보복감사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2017년 9월 유아정책포럼 회장으로 교육청의 부당한 감사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보복감사를 받았다”며 “교육청에서 감사지적 당한 것은 감사기준에 의해 지적된 것이 아니라 인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ㄹ유치원을 운영하며 이 위원장의 자녀가 연구실장으로 근무하는 숲체험장을 이용하고 한유총 연합회비로 10차례에 걸쳐 547만원을 내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러 3억원대의 회계 보전조처를 받았다. 이와 함께 원장이 ‘정직 3개월’ 중징계 대상에도 올랐다. 또 설립자인 이 위원장이 부담한 인건비와 시설물 설치비를 보전해주려는 명목으로 유치원 계좌에서 설립자 개인 계좌로 759만여원이 이체된 사실도 적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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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유치원의 공문을 받은 학부모들은 피해가 또다시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한 학부모는 “이미 참여수업과 10월 행사 등이 예정돼 있었다”며 “아이들이 부모에게 연습한 것을 보여주려고 손꼽아 기다려왔는데 일방적으로 행사를 취소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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