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짝을 지어 하브루타를 하는 모습. 하브루타미래포럼 제공
요즘 각 시도 교육청은 ‘질문이 있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학생들이 수동적으로 지식만 전달받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데 하브루타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교사들은 이 학습법이 ‘질문이 있는 교실’ 정책에 딱 들어맞는다고 말한다.
서울초등하브루타교육연구회 설진성 회장(휘봉초)은 “하브루타는 학습자가 계속 질문을 던지고 본인의 의견을 말하고 반론을 제기하도록 한다”며 “요즘 우리 교육이 강조하는 협력 학습, 능동적 참여 등과 부합한다”고 말했다. 서울초등하브루타교육연구회는 지난 2014년 설립됐고 현재 50여명의 교사가 활동 중이다.
설 회장은 과학 전담교사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과학 수업 때 배우는 식물과 광합성을 사례로 들어 ‘하브루타식 질문의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식물은 엽록소가 있어 광합성을 한다. 엽록소 성분 때문에 식물은 녹색을 띤다. 이 지식을 그냥 선생님이 설명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질문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태초에 식물은 녹색이었을까?’, ‘일반적인 식물과 버섯의 차이는 무엇일까?’, ‘식물의 뿌리는 얼마나 자라나?’ 이런 질문을 하고 찾아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식물은 광합성을 해서 영양분을 흡수해야 하며, 광합성에 엽록소가 필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설사 스스로 문제 해결을 완전히 못하더라도 탐구 과정과 교사 설명을 합하면 훨씬 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하브루타가 인성 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브루타의 전제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17일 하브루타미래포럼(대표 심평섭)이 주최한 하브루타 전문강사 최고위 과정에 참석한 변수영 교사는 “하브루타는 인간의 내면적 가치가 전제된 상태에서 해야 한다. 공격해 이기겠다는 심정이라면 상대방이 상처를 입는다”며 “다른 것을 서로 인정하면서 함께 토론하므로 인성이 길러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브루타를 접한 뒤 수업 시간에 엉뚱한 질문을 하는 아이가 있어도 절대 면박주지 않는다”며 “‘괜찮은 질문인데 다시 생각해 볼 면이 있지 않을까? 조금 더 고민해보자’면서 아이를 북돋워 준다. 그러면 교육 효과가 훨씬 좋다”고 밝혔다.
올해 16년차인 소희선 교사는 “요즘 토론식 수업을 강조하는 분위기인데 사실 토론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교사 스스로도 잘 모른다”며 “수천년 유대인의 경험이 쌓인 하브루타를 접한 뒤 궁금점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하브루타는 한마디로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방법이다. 정답을 가르쳐주는 교육이 아니라 정답이 없는 질문, 열린 질문을 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볼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김태경 <함께하는 교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