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세대가 자녀들 성교육을 고민할 때 머뭇거리는 이유는 ‘성=성행위’, ‘성교육=섹스교육’이라는 잘못된 통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교육은 다양한 섹슈얼리티와 젠더를 가진 구성원들이 일상 속에서 서로 얼마나 다른 경험을 하는지, 그 감수성의 온도를 높이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교육은 아동·청소년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라, 부모 등 양육자들도 반드시 공부하고 ‘업데이트’ 해야 하는 ‘인생 공부’라는 이야기다.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를 쓴 김서화씨는 “궁극적으로 성교육은 ‘젠더 감수성’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누구라도 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에 따라서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아무리 장난일지라도 남이 싫다고 하면 ‘당장 그만둬야 한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교육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아이가 ‘부정적인 말’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착한 아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안 돼요. 싫어요”라는 말을 내뱉는 데 심리적 어려움이 있다. 김씨는 “성적 행위가 무엇인지 모르고 어른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유·아동기 아이들에게, ‘불쾌한 접근에는 아무리 어른이어도 싫다고 말해도 된다’고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이가 ‘나쁜 아이’여서가 아니라, 어른이 ‘나쁜 행동’을 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전하기 위함이다.
가정에서 원탁에 둘러앉아 자연스레 ‘성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좋다. 부모와 아이가 도화지 위에 색연필로 각자의 몸을 그려보는 게 첫걸음일 수 있다. 물리적으로 ‘내 몸’에 대해 알아보는 간단한 활동이다. 손과 발, 얼굴 등 ‘익숙한 부위’부터 생식기관까지 하나씩 동그라미 친 뒤 함께 이름을 써본다. ‘거기’나 ‘그거’ 등 추상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말고, 생식기관 역시 눈이나 손, 귀처럼 우리 몸을 구성하는 신체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알려준다. 초등 저학년의 경우 <내 몸은 나의 것>(문학동네) 등 그림책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내 몸에게 보내는 격려 편지’ 활동도 추천한다. ‘아빠가 아빠의 몸에게 보내는 편지’, ‘엄마가 엄마의 몸에게 보내는 편지’ 등을 통해 자연스레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황고운 교사는 “가족들끼리 각자 몸에 대해 응원하고, 요즘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등을 터놓고 얘기해보는 것이다. 자신의 몸뿐 아니라 이성 등 상대를 대할 때 배려해야 하는 포인트도 쉽게 알려줄 수 있다”고 했다. 이때 이야기가 다이어트나 외모 비하 등으로 흐르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알려주면 좋다.
황 교사는 “성교육은 양육자의 자세와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더 크면 말해줄게’, ‘그걸 지금 알아서 뭐하게’ 등 부끄러워하거나 회피하는 피드백은 성에 대한 건전한 관심을 가로막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이에게 ‘내 몸의 주인은 나, 누구든 내 몸을 만질 때는 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부터 알려주세요. 자기 몸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몸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도 덧붙이면 좋겠지요. 부모라도 아이가 불편해하는 기색이 있으면 함부로 몸을 만지면 안 됩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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