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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정시 인원 증가?…전문가들 “학종 규모는 유지될 것”

등록 2018-04-09 20:23수정 2018-04-09 20:27

[함께하는 교육] 대입정책 제대로 살펴보기
지난해 11월 성균관대에서 논술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고사장에서 나오고 있다. 신소영 기자
지난해 11월 성균관대에서 논술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고사장에서 나오고 있다. 신소영 기자
일선 학교 현장이 정부의 오락가락 대입정책 때문에 혼란에 빠졌다. 교육부가 최근 2020학년도 대학입시에서 각 대학에 정시 비중 확대를 요청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부터다. 정시는 수능이 중심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에서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꿀 계획이다. 이미 영어는 절대평가가 됐다. 수능을 절대평가화한다는 것은, 이 시험을 대학 입학을 위한 자격고사화하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수시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10년간 교육부는 꾸준하게 수시 비중 확대를 추구해왔다. 이 결과 대입에서 수시의 비중은 크게 늘었다. 2005년 4년제 대학의 수시 대 정시의 비중은 44 대 56였으나 2019학년도에는 76.2 대 23.8로 역전됐다. 수시 가운데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비중은 32%다.

특히 주목받는 게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움직임이다. 2019학년도에 세 대학은 전체 모집인원(1만1133명) 가운데 6455명(58.0%)을 학종으로 뽑는다. 2015년 세 대학 학종 비중은 4356명으로 전체 모집인원(1만1191명)의 38.9%였다. 이른바 ‘스카이 대학’에 가는 학생은 극소수지만 이들 대학의 입시 영향력은 막강하다.

정부 ‘정시 확대’ 주문에 대입 혼란
“수능 강화? 약화?” 알쏭달쏭
연세대 정시모집 인원 늘렸지만
동시에 학생부전형 인원도 확대
전문가 “수시-정시 역전 없을 것”
“수능 절대평가화 추진 가능성 커”

지난해 12월12일 서울 여의도고등학교 학생들이 정시 배치 참고표를 보며 지원 가능한 학교와 학과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12월12일 서울 여의도고등학교 학생들이 정시 배치 참고표를 보며 지원 가능한 학교와 학과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수시 확대 추진 교육부, 갑자기 입장 바꿨나?

최근 교육부의 움직임은 지난 10년간의 정책과는 정반대의 태도로도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수시 위주의 대입 전형이 확 바뀌는 것일까?

“요즘 정부 대입정책 때문에 혼란을 느낀다고 하는데 잘 따져보면 그럴 필요가 없다. 현재 정부가 정시를 일부 늘리라고 요구한다지만 7.5 대 2.5 수준인 수시 대 정시의 비율이 역전되는 등 급작스럽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 혜성여고 조복희 진로진학상담교사는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이른바 상위권 대학은 학종을 우수한 학생들을 뽑는 과정으로 여긴다”며 “교육부가 나중에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닌데 대학들이 갑작스럽게 전형 방법을 크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승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은 “이미 학종이 10년 정도 돼서 안정화 단계다. 게다가 수능은 절대평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학들이 정시 비중을 크게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연세대가 최근 정시 비중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큰 숫자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1일 연세대는 2020학년도 정시모집에서 2019학년도보다 125명(12.4%) 늘어난 1136명을 뽑겠다고 발표했다. 연세대의 2019학년도 수시 대 정시 비중은 70.5 대 29.5였으나 2020학년도에는 66.9 대 33.1로 바뀐다. 대부분이 정시 인원 증가에만 눈길을 주지만 연세대가 학종 선발 인원(1091명)을 지난해보다 120명 확대한 것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입시 전문가들은 연세대가 기존 수시 논술과 특기자전형 모집 인원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서울대 2019학년도 수시와 정시의 비중은 78.5 대 21.5였다. 현재로서는 이 비중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대는 2019학년도 수시와 정시가 84.2 대 15.8이었는데 정시 확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2020학년도에 대입이 약간 바뀔 것 같지만 정시 인원 증가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세대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입학정원 3000명 규모의 대학이라면 정시 인원이 100명 정도 늘어나는 선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연세대는 2020학년도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앴지만 일부 대학은 이를 없애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도 “정부가 정시 확대를 주문했다고 하지만 현재 수시 75, 정시 25 구조에서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대입 정책이 요즘 혼선을 빚고 있지만 대세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므로 결국 학교생활 잘하는 게 답”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고교 1학년이 지난 뒤 내신 점수를 살펴보고 학종으로 준비할지 아니면 수능에 치중할지 진단해봐야 한다”며 “학종이 힘들 것 같다면 수능이나 논술 등을 준비해야 한다. 학종을 끝까지 밀고 나갈 거라면 목표 대학 눈높이를 낮추거나 다른 학과를 선택한다거나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성호 대표는 “내신이 1~2등급에 든다면 여전히 내신 관리는 중요하다. 단, 수능 준비를 끝까지 잘해야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맞추고, 학종에서 탈락할 경우 약간 늘어난 정시에서 도전할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만약 내신이 3~4등급 이하인데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한다면 내신만으로는 극복하기 쉽지 않다”며 “내신이 안 좋은데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한다면 일단 수능에 중심을 둬야 한다. 그러려면 논술전형 쪽을 노리는 방향이 그래도 틈새”라고 조언했다.

조복희 교사는 “논술이나 수능으로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 가운데 일부는 아예 학교생활기록부를 포기하는데, 그런 생각은 크게 잘못됐다”며 “수능을 준비한다는 건 수능에서 선택한 과목을 고3 때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본 생활에 충실하면 입시제도가 약간 출렁거려도 큰 문제 없이 대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논술, 수능 대비한다고 학생부 포기 안 돼

교육부는 지난해 8월 수능 평가 방법 관련 두가지 안을 내놓았다. 1안은 국어·수학·탐구는 상대평가로 하되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제2외국어와 한문은 절대평가로 바꾸는 방안이다. 2안은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것이다. 1안은 상대평가 과목에 사교육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2안은 각 대학이 변별력 확보를 위해 사실상 대학별 본고사를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논란이 너무 크자 교육부는 수능 개편을 1년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이런 수능 절대평가화 기조가 바뀔까?

<함께하는 교육> 인터뷰에 응한 대부분의 입시 전문가들은 수능 절대평가화 방향이 바뀔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내다봤다. 최승후 정책국장은 “과거에는 수능 성적으로 학생들을 줄 세웠다. 학종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분위기를 어느 정도 바꿔놓은 점도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답이 있는) 수능으로 돌아가자는 건 시대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종 비중이 지나치다고 비판하는 임성호 대표는 “수능 절대평가로 갈 경우 변별력이 문제가 될 것이다. 정시로 학생을 선발할 때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태경 <함께하는 교육> 기자 ktk7000@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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