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안암초 2학년 2반 교실에서 정승요 교사가 협력교사와 함께 수학 수업을 하고 있다.
수학 등 학력차 큰 교과 과목 시간
도움교사 들어가 보충 지도 해줘
서울시교육청 ‘협력교사제’가 모델
교사끼리 역할 조율 등 매우 중요
함께 수업 연구 뒤 난이도 조절해
모둠별 수업 하자 학업성취도 올라
수학을 가르치는 김정화 교사(서울 미양중)는 고민이 많았다. 중3이 되면서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가 늘고 수업 시수가 적어 진도 나가는 게 빠듯했다. 학생 간 실력 차이가 큰데 일일이 붙잡고 알려주지 못해 교사로서 안타까웠다.
그러던 가운데 강북혁신교육지구사업으로 협력교사제를 운영한다는 걸 알고 신청했다. 내 수업을 누군가 계속 지켜보고 있는 게 싫어 망설였지만 아이들만 생각하면 교사 한 명보다는 두 명이 나을 거라 생각했다.
처음에는 협력교사의 역할을 수업 내용을 직접 가르치는 게 아니라 자료나 활동 준비 등 필요할 때만 부분적으로 도와주는 개념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실제 학교에 온 협력교사는 수학을 전공했고 기간제 교사 경력도 길어 수업을 하는 것도 가능했다. 수업을 함께 이끌어가면 긍정적 효과가 생길 거라 기대했다.
김 교사는 학생 수준별로 내용을 이해하는 차이가 커서 모둠 수업을 주로 했다. 초반에는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들을 고루 섞어 모둠을 짰다. 협력교사는 교실을 돌아다니며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을 지도했다. 2학기에는 기초학습이 부진한 학생들을 뽑아 따로 두 개 모둠을 만들었다. 협력교사는 그 모둠을 맡아 기초 개념부터 시작해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일대일로 가르쳤다. 비교적 쉬운 내용을 다룰 때는 다 함께 수업을 듣고 어려운 내용일 때는 협력교사가 하위 모둠 학생들에게 개념을 다시 설명하고 난이도가 낮은 문제를 풀게 했다. 수업 자료는 두 교사가 사전에 협의해 함께 만들었다.
김 교사는 “성적이 뒤처지는 학생들은 개인적으로 상처가 될 수 있어 상담을 먼저 하고, 원하는 학생만 부진한 학생들이 들어가는 모둠에 포함시켰다. 이들이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가며 성취도가 높아지고 만족감이 커져 전체 수업 태도도 나아졌다”고 했다.
미양중처럼 현재 서울형 혁신교육지구사업의 일환으로 ‘수업방법 개선 협력교사제’를 운영 중인 학교는 22개 지구에서 100개교가 넘는다.
지난 23일 서울 안암초 2학년 2반 교실에서 정승요 교사가 협력교사와 함께 수학 수업을 하고 있다.
학습부진 학생 도움 줘 수업 따라가도록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1수업 2교사제’는 수학처럼 학력 차가 큰 교과 시간에 보조교사를 투입해 학습이 부진한 학생을 지도한다는 게 골자다. 이 공약의 모델이 된 ‘초등협력교사제’(이하 협력교사제)는 서울시교육청에서 2015년부터 운영해온 제도다. 배움이 느린 학생과 부적응 학생에게 개별화된 지원을 해주자는 취지로, 1수업 2교사제와 비슷하다. 초등 1, 2학년을 대상으로 국어와 수학 등 정규 수업 시간에 주당 14시간 이내로 협력수업을 할 수 있다. 올해 52개 공립초에서 협력교사제를 시행 중이다.
협력교사제를 운영 중인 서울 안암초 정승요 교사는 “대부분의 교사가 누군가 교실에 들어와 지켜보는 걸 꺼린다. 나도 처음엔 수업을 감시하는 느낌이 들어 협력교사에 부담감을 가졌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정 교사는 협력교사를 ‘도움교사’라 부른다. 평소 교사가 수업을 진행할 때 놓치는 부분이 생기기도 하고 모든 학생을 다 챙기기도 어렵다. 이럴 때 도움교사가 뒤에서 지켜보다 조용히 가서 부족한 내용을 알려주거나 집중하도록 독려한다. 수업 중간에 활동할 때도 두 교사가 돌아다니며 도움을 준다. 실제 협력교사와 함께 수업을 진행한 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많이 올랐다. 협력교사는 다른 교사들과 동학년 회의에 참석하고 수업 자료도 함께 만든다.
협력수업을 받은 학생들은 대체로 “수업 내용이 이해가 안 되거나 문제를 못 풀고 헤맬 때 도움선생님이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며 만족해했다. 김하람양은 “구구단을 외우거나 숫자를 순서대로 표와 그래프로 나타내는 게 어려웠는데 도움선생님이 알려줬다. 선생님이 두 분이라 수업시간에 더 많은 학생들이 도움받을 수 있다”고 했다. 박근아양은 “도움선생님이 다른 수업 시간에 책갈피나 ‘마라카스’ 악기를 만드는 활동을 도와줬다. 쉬는 시간에 보드게임이나 레고 블록도 함께 해줘서 좋다”고 했다.
정 교사는 “처음에 협력교사와 역할 분배를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수업은 기본적으로 교사가 진행하되, 도움교사가 어느 정도 참여할지 조율을 잘하면 충분히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학습부진은 한 번에 확 오는 게 아니라 조금씩 쌓여 생긴다. 부진에서 탈출시키는 것보다 수업에서 따라오지 못하는 부분이 생기지 않게 평소에 끌어주는 게 중요하다. 도움교사는 수업시간에 생기는 작은 어려움들을 그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게 채워준다.”
협력교사와 학생이 수업시간에 숫자를 표로 나타내는 활동으로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다.
취지 살리려면 선발기준, 역할 명확해야
두 학교 사례는 협력교사가 수업에 적극 참여하는 경우다. 하지만 현재로선 협력교사의 실력이 천차만별이라 명확한 역할을 제시하기 힘들다. 선발기준이 학교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초등은 활동 준비나 아이들을 보살피는 부분이 크지만 중등은 교과 지식을 가르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지금 기준은 만 20살 이상이면 다 지원할 수 있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다”고 했다. “협력교사가 단순 노동만 하는 게 아니라 수업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료로서 경험을 나누고 같이 고민할 수 있어 좋았다. 수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를 뽑고 그에 맞는 대우를 해주면 좋을 거 같다.”
협력교사는 시간강사로 채용해 시간당 수당을 지급한다. 수업시수도 주당 14시간 정도로 정해져 있다. 그렇다 보니 오전 수업만 참여하는 경우 특정 학급만 혜택을 보기도 하고 전체 학년에서 시행하지 못하는 학교도 있다. 그마저도 보조강사 개념으로 수업 준비나 자료 만드는 걸 돕고 수업시간에 잠깐씩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타이르는 정도다.
정아무개 협력교사는 “중3은 진도가 빠르고 선행한 아이들도 많아 모든 학생이 수업을 완전히 이해하긴 힘들다. 학습부진 모둠을 맡아 기초부터 하나하나 알려줬다. 30~40점 정도 점수를 받던 아이들이 시험 보고 60~70점으로 올라 스스로 놀라고 좋아했다”며 “‘보조’로 여긴다며 자존심 상해 하기보다 수업에서 소외되고 못 따라가는 아이들의 ‘메인 교사’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수업만 하면 되니 부담도 덜하고 아이들이 나를 더 편하게 대하기도 한다. 대신, 오전 내내 근무하는데 수업이 1, 2, 4교시만 있으면 그 시간만 계산해 수당을 준다. 오전에만 근무하는 협력교사는 오후에 시간표가 배정된 반은 다른 반보다 적게 들어가서 다 못 봐주기도 한다. 강사 처우를 개선해 아이들이 고루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초등교사 임용 정원 규정과 관련해 1수업 2교사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사들은 의문을 제시하거나 조심스러운 견해를 보였다. 한 교사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정교사로 채용하지 않는 이상 단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근본적으로 의미가 없다. 1수업 2교사제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협력교사 선발 기준이나 처우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글·사진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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